漢詩

[윤인현의 한시(漢詩) 기행] ⑨ 여산(廬山)과 이백

bindol 2021. 7. 25. 04:37

明山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 … 그 모습 웅장하구나

▲ 중국 강서성 구강시 북쪽 여산에 위치한 여산 폭포의 모습이다.

이백의 동상 뒤쪽으로 여산 폭포가 보이고 그 뒤편 왼쪽의

두 봉우리가 향로봉이며 주봉인 한양봉(漢陽峯)까지 보인다.

▲ 중국 강서성 구강 서쪽에 있는 여산의 모습.

 

망여산폭포수 제2수 26살에 쓴 풍부한 상상력 담아낸 작품
폭포길이 3000척 등 과장 … 본인 '호탕한 기개' 마음껏 표현

여산(廬山)은 중국 강서성 이자현 서북 구강현 남쪽에 있는 명산(名山) 중의 하나이다.

옛이름은 광려(匡廬)·광산(匡山) 등이었다.

주나라 때, 광속(匡俗)이라는 사람이 이 여산에 은둔하였는데, 정왕(定王)이 불러도 응하지 않자 사자(使者)를 보내어 데려 오라고 하였더니, 이미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빈 초가집[草廬(초려)]만 남았다하여, 여산(廬山), 광려·광산이라 했다.

주봉(主峰)으로는 피라미드 모양의 한양봉(漢陽峯, 1474미터)이 있으며, 향로를 닮았다고 하여 향로봉으로 명명된 산봉우리와 그리고 여산폭포가 있는 산이기도 하다.

이백과 여산과의 인연은 젊은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이백이 20대 시절, 1차 만유(漫遊) 때 여산에 올라 여산폭포를 보고 쓴 시가 있다.

만유란, 당대의 선비들이 사회 교제를 통해 명예를 얻어 출사(出仕)하기도 하고, 공(功)을 세워 천거를 받아 벼슬자리에 나아가기도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망여산폭포수(望廬山瀑布水)> 제2수 이백

해가 향로봉에 비치니 안개 피어나고,
日照香爐生紫煙(일조향로생자연),
멀리 폭포를 바라보니 앞내에 걸려 있네.
遙看瀑布掛長川(요간폭포괘장천).
날아 흘러 곧장 밑으로 3천척이나 되니,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아마도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하네.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




위의 <망여산폭포수>는 이백의 나이 26세 때 작품이다.

제1수도 있다.

1수의 내용은, 서쪽으로 향로봉에 올라 남쪽으로 여산 폭포를 바라보니 그 길이가 백 길이나 걸쳐 있다는 폭포의 웅장함의 표현으로 시작해서, 그 폭포를 대하니 마음이 더욱 한가로워 인간 세상을 버리고 이곳에 와 살고 싶다는 자신의 심경 표현으로 끝을 맺고 있다.

위의 인용된 시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회자(膾炙)되는 제2연이다.

햇빛이 향로봉에 비치니 향로에서 붉은 연기 나는 듯하고, 향로봉 위에는 붉은 안개가 끼어 있고 멀리 여산 폭포는 앞내에 걸려 있는 듯하다.

또한 폭포의 길이가 3천척이나 된다고 하여, 여산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과장적으로 묘사하였다.

안록산이 범양에서 난을 일으킬 때, 55세의 이백은 지금의 안휘성 근처를 유람하고 있었다.

그러나 낙양이 안록산 군대에 함락되자 이백은 두 번째 부인인 종씨(宗氏) 부인과 가족을 데리고 여산의 병풍첩으로 피신을 하였다.

"큰 도적이 홍구를 갈라, 바람이 낙엽을 날려버리듯 하네. 나는 세상을 구할 사람 아니니, 병풍첩에서나 은거하네."라고 하여, 당시 비애감을 시로써 표현하였다.

당 현종이 서촉 땅으로 몽진을 가자, 태자 이형(李亨)은 영무(靈武)에서 숙종으로 등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편 현종의 16번째 아들 영왕(永王) 이린(李璘)은 강남서도의 절도사와 강릉대도독이 되어 장강유역을 방위하고 경영하는 책임을 맡았다.

이때 이백은 숙종의 이복 동생인 영왕 이린의 부름을 3번씩이나 받아, 결국에는 영왕의 막부에 들어갔다.

그러나 권력의 분산은 내전으로 확대되어, 결국 영왕 이린의 진영은 반란군으로 낙인되어 진압의 대상이 되었으며, 그 일로 이백은 야량으로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이것이 이백의 또 다른 여산에서의 행적이다.

그가 영왕 막부에서 지내는 동안 11수의 시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영왕을 칭송하는 것과 자신이 공을 세워 국가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포부 등이었다.

은거와 출사 사이에서 이백은 출사의 길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은 앞섰어나 결국 그 뜻을 이룰 수는 없었다.


/인하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