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32] 소동파의 시 2편
입력 2021.08.09 00:00
서림사의 벽에 쓴 시 (題西林壁)
가로로 보면 산줄기, 옆으로 보면 봉우리
멀리서 가까이서 높은 데서 낮은 데서
보는 곳에 따라서 각기 다른 그 모습.
여산(廬山)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건
이 몸이 이 산속에 있는 탓이리.
*
금산사에 걸린 내 초상화에 쓴 시 (自題金山畫像)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같이 식었고
육신은 매이지 않은 배처럼 자유롭네
너의 평생 공적이 무엇이더냐?
황주 혜주 그리고 담주뿐이네.
-소동파 (蘇東波, 蘇軾·1037∼1101)
(류종목 옮김)
한 줄로 붙인 ‘황주혜주담주’,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생을 정리하다니.
싸늘한 재가 되기까지 얼마나 뜨거운 파란만장을 겪었나.
황제가 시행하는 시험에 급제해 벼슬길에 나갔던 소식은
왕안석을 비롯한 신법파의 모함을 받아 황주에서 4년,
아열대 지방 혜주와 담주에서 5년 반 유배 생활을 했다.
살기가 곤궁해지자 버려진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었는데
그 땅이 황주성 동쪽에 있어 스스로 동파거사(東坡居士)라 했다.
쓸쓸함을 넘어 동파의 시에는 삶의 기쁨이 있다.
“4월 11일에 처음 여지를 먹으며” “채소를 캐어 먹으며”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시가 많다. 열대 과일 여지에 대한 시가 3편.
“입을 위해 세상을 두루 다녔는데”라고 토로했듯이 그는 미식가,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지식인이었다.
여산을 구경한 뒤 서림사의 벽에 쓴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건 내가 산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
유배되어 밖에 있었기에 도달한 이치가 아닐까.
*
題西林壁 (시 원문)
橫看成嶺側成峯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
自題金山畫像 (시 원문)
心似旣灰之木(심사기회지목)
身如不繫之舟(신여불계지주)
問汝平生功業(문여평생공업)
黃州惠州儋州(황주혜주담주)
-소동파(蘇東波 1037∼1101)
'stud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문에 많이 나오는 어조사 30개(펌) (0) | 2021.08.10 |
---|---|
春夜喜雨 / 杜甫 (0) | 2021.08.09 |
會當凌絕 頂覽衆山小 (0) | 2021.08.07 |
<學而> 1장[출처] 논어집주 읽기: <學而> 1장 (0) | 2021.08.07 |
四字小學 (0) | 2021.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