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96] 주역의 지혜, 뉘우칠 일을 줄여라
입력 2021.08.11 03:00
공자는 ‘논어’에서 주역(周易) 공부와 관련해 이런 말을 남겼다. “만일 나에게 몇 년 더 수명이 주어진다면 쉰 살까지 주역을 공부해 큰 허물이 없게 될 텐데.” 기호 체계와 짧은 말이 전부인 주역을 우리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체계로 바꾸려 했던 것이 바로 공자의 주역 공부다.
그는 주역으로 들어가는 복잡한 문을 열 다양한 방법을 십익(十翼)이라는 저술로 남겨 놓았다. 그 덕분에 더 이상 점치는 책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통찰의 보고(寶庫)로 바뀌었다. 그런 공자도 64괘(卦) 중에서 건괘(乾卦)와 곤괘(坤卦) 둘만 완전히 풀어내고 나머지 62괘에 대한 풀이는 미완으로 남겨 놓았다.
이런 공자가 주역 공부의 목적이 ‘큰 허물 없게 하기’에 두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를 제대로 알려면 ‘논어’에 있는 공자의 말을 보아야 한다.
‘많이 듣고서 그중에서 의심나는 것은 제쳐놓고 그 나머지 것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이야기한다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많이 보고서 그중에서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은 제쳐놓고 그 나머지 것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실행한다면 뉘우침이 적을 것이다.”
허물[過=尤]은 말에서 생겨나고 뉘우침[悔]은 일을 하는 데서 생겨난다. 공자는 짧은 공직 생활을 제외하면 평생 일보다는 말을 많이 한 사람이다. 그래서 “큰 허물이 없게 될 텐데”라고 했을 것이다.
말과 일은 정치의 핵심이다. 야당은 자리가 없으니 일을 할 수가 없고 따라서 말로만 할 수밖에 없다. 여당은 권력을 쥐었으니 일로 평가받아야 한다. 여당은 따라서 뉘우칠 일이 없도록 일을 주도면밀하게 해야 하고 야당은 지킬 수 있는 말만 하려고 노력하며 허물을 줄여야 한다.
당연히 말보다는 일이 중요하다. 민생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뉘우치기는커녕 잘못을 저지르고도 온갖 간사한 요설(饒舌), 요설(妖說)로 국민의 염장을 질러대는 이 정권에는 주역의 지혜 운운한다는 것이 허물 짓기다. 뉘우침 중에 가장 나쁜 것이 일 끝난 후의 뉘우침, 즉 후회(後悔)다.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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