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98] 兼聽納下
입력 2021.08.25 03:00
당나라 명군(明君) 당태종이 양신(良臣) 위징에게 물었다. “무엇을 일러 사리에 밝은 임금[明君]이라 하고 사리에 어두운 임금[暗君]이라 하는가?” 위징이 답했다. “임금이 사리에 밝게 되는 까닭은 널리 남의 의견을 듣기[兼聽] 때문이고 임금이 사리에 어둡게 되는 까닭은 한쪽 말만 믿기[偏信] 때문입니다. 옛날 요순 시대에도 사방의 문[四門]을 열어 사방을 눈 밝게 보았고[四明] 사방을 귀 밝게 들었습니다[四聰]. 이렇게 해서 빼어난 임금은 훤히 비추지 않는 바가 없었기에 간사한 무리인 공공(共工)이나 곤(鯀)의 무리도 임금의 눈과 귀를 막지 못했고 교묘한 말과 간사한 계략[靖言庸回]으로도 임금을 미혹시킬 수 없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대표적 암군(暗君)으로 꼽히는 진나라 2세 황제는 조고(趙高)의 말만 믿었기에 천하가 무너져 내리고 민심이 다 흩어질 때까지 백성의 실상에 대해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었다. 또 양(梁)나라 무제(武帝)는 한때 뛰어난 임금으로 선정을 베풀었음에도 노년에 게을러져서 주이(朱异)라는 간신의 말만 믿다가 후경(侯景)이 군사를 거느리고 궁궐을 향해 오는데도 끝내 실상을 알지 못했다. 수양제(隋煬帝) 역시 우세기(虞世基)의 말만 믿다가 사방의 적이 도성을 에워싸는데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그 처방은 하나, 겸청납하(兼聽納下), 즉 두루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특히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잘 받아들이라고 했다.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외 언론 유관단체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까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축하 메시지에서 대통령은 뭘 보고 듣는지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 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니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이라는 구절이 걸린다. 대통령과 여권은 “너희가 시민을 위하지 않으니까 쌤통”이라고 독백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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