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97] 미루어 헤아리는 힘, 推
입력 2021.08.18 03:00
우리는 흔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쓴다. 이 말은 원래 ‘논어’에서 나온 것이다.
공자가 자공(子貢)이라는 제자에게 물었다. 누구나 수제자로 인정하는 안회(顔回)를 언급하며 “너랑 안회 중에서 너는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보기에 따라서는 참 잔인한 물음이자 난문(難問)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회만큼 인자(仁者)는 아니어도 바로 아래 급의 지자(知者)에 속하는 자공인지라 잘 피해 갔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압니다.” 이에 공자는 참으로 냉정하게도 “너는 안회만 못하다. (그러나) 나는 네가 안회만 못하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해주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단 한 가지, 즉 추(推)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조금만 배워도 우리는 추(推), 즉 미루어 헤아리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문재인 정권에서 두드러진 인사 선발의 특징 중 하나가, 민망할 정도로 아첨하면 거의 십중팔구 좋은 자리로 보답한다는 점일 것이다. ‘월광 소나타’ 동영상 하나로 청와대 대변인이 된 사람도 있다. 그들끼리도 추(推)가 작용할 터이니 어느새 경쟁적으로 아첨 타령이 대한민국을 지난 4년 내내 시끄럽게 만들었다.
물론 공자가 제자들에게 강조한 추(推)는 그런 짓 하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의 행동 하나를 보고서 그 사람 속내를 정확히 읽어내라는 취지다.
얼마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비판은 황씨보다는 그를 임명한 쪽으로 향해야 한다. 누가 봐도 자질보다는 이재명 지사가 자신의 취약 포인트인 형수 욕설 문제를 감싸준 데 대한 감사 표시로 임명한 것임을 쉽게 미루어 헤아릴[推] 수 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간신과 아첨이 출세의 길이 되는 제2기 정권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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