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53] ‘완장’ 늘어나는 사회

bindol 2021. 8. 20. 05:4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53] ‘완장’ 늘어나는 사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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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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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4

 

권력에도 크고 작음의 대소(大小) 차이가 있다. 그러나 큰 권력이 반드시 작은 권력을 압도하지는 못한다. 작고 미세한 부분에 도사린 작은 권력이 일을 그르치게끔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크고 대단해 보이는 권력자도 실제로는 사람들의 생활 깊은 곳곳에 자리를 튼 토착(土着)의 끈끈한 권력을 이기지 못할 때가 많다. 중국인들은 이 사례를 “센 용이 땅 뱀을 누르지 못한다(强龍不壓地頭蛇)”는 속언으로 곧잘 표현한다.

“염라대왕(閻羅大王)은 만나주려 해도 그 앞을 지켜 선 잡귀(雜鬼)들 상대하기가 어렵다(閻王好見 小鬼難纏)”는 유명 중국 속언도 있다. 역시 큰 권력 앞에 선 일선 권력자들의 갖은 농간을 지적하는 말이다.

권력의 바닥을 이루는 이 ‘땅 뱀’과 ‘잡귀’들은 보통 팔에 ‘완장(腕章)’을 두르는 경우가 많다. 이 완장의 사회적 의미는 1980년대에 나온 윤흥길의 동명 한국 소설에서 잘 그렸다. 완장은 곧 사회 기층(基層)의 권력을 암시한다.

 

공산당이 이끄는 현대 중국에서는 이를 보통 홍수장(紅袖章)이라고 적는다. 공산주의 상징인 빨간색을 바탕으로 대개는 노랑과 까망 글자를 굵게 수놓아 만든다. 이를 찬 사람들은 길거리 낯선 사람 감시, 불법행위 단속 등에 앞장서는 공산당 전위대(前衛隊) 집단이다.

중국은 최근 ‘행정처벌법(行政處罰法) 수정안’을 만들어 최하위 지방 정부까지 민간 규제와 감시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 ‘완장’을 더 양산해 민간을 바닥부터 세밀하게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취지다. 이는 개혁·개방 이전으로 돌아가는 역행(逆行)의 뚜렷한 흐름이다.

미국과 맺은 관계 등 악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내부 단속의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땅 뱀’에게 물리고 ‘잡귀’에게 뜯기는 민간에서는 호곡(號哭) 소리가 멈추지 않을 듯하다. 중국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