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52] 살찐 오리 만들기
입력 2021.08.13 00:00
무릎 사이로 오리의 머리를 끼운다.
대나무 막대 등으로 입을 벌린 뒤 식도를 연다.
다시 그 안으로 곡물을 비롯한 여러 사료를 밀어 넣는다.
좁은 우리에 오리를 가둬 기르며 몇 차례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중국 요리의 별미 중 하나로 꼽는 ‘베이징 덕(北京烤鴨)’을 만들기 위해 벌이는 사전 작업이다.
핵심 재료인 오리의 육미(肉味)를 더 기름지게 하는 일이다.
오리 몸통에 사료 등을 채운다는 뜻에서 ‘전압(塡鴨)’이라 적는다.
많은 오리들은 빽빽하게 우리에 갇혀 이 과정을 거친다. 생후 30일이 지나면 식욕을 잃는다는 오리도 어느덧 넓어진 식도로 음식물을 계속 먹다가 기름진 고기를 남긴다. ‘베이징 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오리들의 눈물겨운 희생이다.
베이징의 오리구이 노포(老鋪) 전취덕(全聚德)이 이름을 크게 떨친 비결이다. 사료를 줄곧 먹게 만들어 기름진 육질을 얻는 그 ‘전압’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강반(强飯)의 과정이다. 달리 말하면 주입(注入)이자 관수(灌輸)다.
무조건 적고 외우게 하는 교육 방식을 우리는 보통 ‘주입식’이라고 부른다. 분위기에 젖어 따라 배우게 하는 훈도(薰陶), 어느덧 몸으로 익히도록 하는 체득(體得), 일깨우며 북돋는 계발(啓發) 등에 비해서는 수준이 낮은 교육법이다.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習近平) 사상’의 연구센터가 곳곳에 세워지고 초·중·고 및 대학 등에서 필수 과목으로 정해진다. 모두 오리의 살을 불려 기름지게 하는 방식이다. 정치적인 의도에 따라 이뤄지는 의식화 교육의 과정으로 비친다.
중국인들이 그저 ‘오리’가 아닌 바에야 그런 방식을 견디고만 있을까. 그러나 전례는 있다. 1960년대 급진적 이념에 취해 중국을 재난의 구렁에 빠지게 한 문화대혁명의 홍위병(紅衛兵)이다. 설마 그 자리로 돌아가지는 않겠지…. 요즘 들어 더 조심스레 바라보는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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