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54] 부자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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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8.27 00:00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많은 이들은 갑부(甲富) 꿈을 꾼다. 중국인들은 이를 ‘부유함이 세상의 으뜸[富甲天下]’이라는 성어로 표현한다. 수부(首富), 일부(一富), 거부(巨富), 대부(大富) 등이 다 비슷한 맥락의 단어다.
사람이 쌓는 부(富)를 두고 중국에서 오래 전 벌어진 논쟁거리가 하나 있다. 선악(善惡)을 그에 연결한 구절이다. “부를 쌓는 이는 어질지 못하고(爲富不仁), 착한 이는 부를 쌓지 못한다(爲仁不富)”는 내용이다.
논쟁은 유교 경전의 하나인 ‘맹자(孟子)’에서 비롯했다. 책에서 맹자는 이 말을 인용하며 부유함보다는 도덕적 덕목인 어질고 착함[仁]에 방점을 뒀다. 그러나 본래의 구절은 부유함과 선량함이 함께 설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의 갑부들은 많았다. 그러나 종말은 대개 참담했다. 부유함의 정당성을 묻는 권력의 질문에 바로 설 수 없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이다. 부자를 원수처럼 대하는 ‘구부(仇富)’의 심리는 현대 중국에서도 여전하다.
공산당은 1949년 새 중국을 세운 뒤 수많은 지주(地主)들을 정리했다. 당시 “토호를 때려잡고, 농지를 나누자(打土豪, 分田地)”는 정치구호가 유행했다. 그에 앞서 “부자를 털어 가난한 이를 돕다(劫富濟貧)”는 말도 성어로 이미 자리를 틀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중국 공산당 재경(財經)위원회 회의에서 총서기 시진핑(習近平)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국정의 새 방향으로 확정하며 ‘3차 분배’를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 마지막 방도가 부자들의 자진 헌납(獻納)이다. 이에 따라 ‘부자 때리기’가 또 벌어질 전망이다.
사람은 부유하면서 착할 수 있다. 절차의 정당성을 이루는 법치(法治)가 전제다. 그 노력이 중국에 더 필요하지 않을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 고치려다 일 그르친다는 성어 교왕과정(矯枉過正)도 그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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