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어떻게 죽을 것인가

bindol 2021. 9. 21. 08:31

바로 이것이 내가 바라던 것이다.

이것은 선(善)을 위한 전부이고,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1828∼1910)가 숨지기 전,

아스타포보의 간이역사에서 마지막으로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여든세 살이 되던 해,

그는 죽기 열흘 전 “내가 생활해 온 사치한 환경 속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오.

 

그래서 나는 늙은이들이 잘하는 식으로 떠나가려오.”

 

이런 글귀를 아내에게 남기고 작업복 차림에 망토를 걸치고 10월 28일 새벽 집을 나섰다.

샤마르디노 수도원으로 가서 여동생을 만나고, 우랄산맥을 넘어가는 3등 객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도 없는 여행길이었다. 추운 객차 안에서 갑자기 그의 몸은 불덩이가 됐다.

기차가 멈춘 곳은 아스타포보의 작은 역사였다.

빈사 상태에 빠진 노인은 역장의 침대로 옮겨져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때는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귀공자로,

사치와 도박을 일삼던 때도 있었으나 어느 날 그는 땅을 개간해 학교를 세우고 농노해방운동에 참여한다.

자신의 재산을 모두 농민들에게 나눠주라는 유언장도 작성한다.

부활’을 탈고한 것은 72세 때였다.

 

러시아 아카데미 명예회원이 되고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됐지만,

그는 대중과 함께 받을 수 없는 상을 혼자만 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추종하며 성자처럼 떠받들자 “나는 성인이 아닙니다.

성인인 척 한 일도 없습니다. (생략) 만일 나를 잘못한 일이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저지른 과실은 모두 거짓이나 위선으로 보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나를 약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준다면 그것이 나의 본 모습입니다”라고 밝혔다.

 


그의 시신은 유언대로 나무관에 넣어져 야스나야폴랴나의 숲속에 묻혔다.

작고 소박한 무덤은 자연과 경계가 없었다.

나 자신을 위한 선은 무엇인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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