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別曲] [159] 정전(停電)이 몰고 온 어둠
입력 2021.10.01 00:00
파천황(破天荒)이라는 말이 있다. 줄곧 과거에 응시했으나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하던 한 지역에서 결국 첫 급제자를 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도저히 허물지 못하던 천연의 장애[天荒]를 마침내 깨다[破]는 뜻이다.
그렇듯 황(荒)이라는 글자가 품는 의미는 어둡다. ‘거칠다’ ‘재난’ ‘흉년’ 등을 함의한다. 아직 개간하지 않은 황무지(荒蕪地), 흉년으로 굶주리는 기황(饑荒), 잡초 무성한 황야(荒野), 그런 곳에 사람 자취 끊기는 황량(荒涼)과 황폐(荒廢)의 단어가 우선 눈에 띈다.
중국 동북 지역의 거대한 황무지를 개간하는 운동은 1958년 이후 펼쳐졌다. 그곳을 가리켰던 본래 단어는 북대황(北大荒)이다. 꾸준한 개발 덕분에 이제는 기름진 곡창으로 변하며 북대창(北大倉)이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전쟁과 재난이 지독하다 싶을 만큼 벌어졌던 중국에는 그 ‘황’의 언어가 발달했다. 병황마란(兵荒馬亂)은 전쟁으로 인한 혼란을 직접 일컫는 성어다. 흉년 들어 사람들이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는 일은 도황(逃荒)이다.
홍황(鴻荒)이나 홍황(洪荒)은 옛 시절의 크고 넓었던 무지몽매(無知蒙昧)를 가리킨다. 우리도 자주 쓰는 황당(荒唐)은 터무니없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발언이나 현상이다. 황당무계(荒唐無稽)라는 성어로도 잘 쓴다. 황탄(荒誕)도 같은 뜻이다.
염황(鹽荒)은 소금이 부족해 벌어지는 ‘난리’다. 화폐 부족 등이 원인이면 전황(錢荒)이다. 요즘 말로 금융 위기다. 세계의 ‘제조 공장’이라 뽐내던 중국의 요즘 소동은 전황(電荒)이다. 대규모 정전(停電)으로 빚어진 야단법석이다.
오스트레일리아와의 갈등으로 빚어진 석탄 공급의 불안정,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과도한 규제 등이 큰 원인으로 보인다. 대규모 정전이 중국을 어둠으로 뒤덮었다. 그 어둠이 개혁·개방 이전의 캄캄함을 부르지 않을까 또한 걱정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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