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57] 천안문 광장의 검은 고니
입력 2021.09.17 00:00
최근 천안문 광장에 내려앉은 검은 고니. /트위터 캡처·런던뉴스타임스닷컴
그림과 기호(記號)에 이어 글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인류 문명의 초기 발자취다. 현재의 ‘중국’을 이루는 그런 맥락이 있다면 아마 ‘하도낙서(河圖洛書)’일 것이다. 황하(黃河)의 그림[圖]과 낙수(洛水)의 글[書]이라는 뜻이다.
전설 시대에 나온 이야기다. 황하의 그림과 낙수의 글은 각기 세상의 이치[易], 통치의 방법을 말한다. 좋은 정치가 펼쳐질 때 하늘이 내려주는 계시라는 주장도 나중에 등장했다. 지금은 ‘예언’ 등의 의미다.
전설 시대 스토리답게 황하에서는 용마(龍馬), 낙수에서는 신귀(神龜)라는 동물이 그림과 글을 가지고 나왔다고 한다. 아무튼 ‘하도낙서’라는 말을 줄여 지금의 일반적 책을 일컫는 ‘도서(圖書)’라는 단어도 나왔다.
이로써 발전한 영역이 ‘도참(圖讖)’이다. 어떤 형상, 부호(符號) 등을 두고 미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헤아리는 일이다. ‘예언’을 가리키는 참(讖)의 파생 단어도 있다. 참언(讖言), 참위(讖緯), 참문(讖文), 부참(符讖) 등이다.
/일러스트=양진경
그런 전통의 중국이라서 나중에도 도참의 상징들이 줄을 이었다. 기린(麒麟), 봉황(鳳凰) 등 전설상의 동물이 대표적이다. 낟알이 많이 달린 벼 가화(嘉禾), 흰 늑대 백랑(白狼), 붉은 토끼 적토(赤免) 등도 있다. ‘상서(祥瑞)로움’의 상징이다.
일식(日蝕)과 월식(月蝕), 혜성(彗星)의 출현은 그 반대다. 불길한 조짐, 즉 흉조(凶兆)다. 땅과 산이 흔들리는 현상, 땅이 깊이 꺼지는 일, 요즘의 블루문(blue moon)인 붉은 달[血月]도 다 그 맥락이다.
포장과는 달리 그 안에는 대개 정치적 의도와 조작이 숨어 있다. 최근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경제적으로 ‘예상치 못한 충격’을 뜻하는 검은 고니(black swan)가 출현했다. 현 공산당 지도부를 공격하려는 도참의 자락이다. 중국 정치마저 흔들리는 ‘조짐’일까 싶어 큰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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