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別曲] [161] 공산당의 ‘정리정돈’
입력 2021.10.15 00:00
고요한 상태를 뒤흔드는 기상(氣象)의 요소는 여럿이지만 중국의 인문적 관념에서는 ‘바람’이 먼저 꼽힐 때가 많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바람 잦아들고, 물결 잠잠해지는 상황(風平浪靜)’을 매우 선호한다.
우리도 자주 쓰는 단어 광란(狂瀾)은 그 반대다. 모든 것을 휩쓸어가는 ‘미친 물결’이다. 이런 물이 도지면 곧 커다란 재난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거센 물을 잡아 잠잠한 상태로 되돌리다(力挽狂瀾)”라는 말도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드넓은 땅에 아주 다양한 사람이 섞여 있는 곳이 중국이다. 한 차례 난리가 벌어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여서 ‘안정’을 바라는 심리가 크게 발달했다. 따라서 이미 번진 혼란 상태를 마감하려는 의지도 그만큼 강하다.
그래서 ‘정돈(整頓)’이라는 단어가 돋보인다. 흐트러진 상태 등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정치적 용어로 쓰일 때가 퍽 많다. 개혁·개방 뒤 잠시 혼란해졌던 상황을 정리하자며 썼던 구호 ‘치리정돈(治理整頓)’이 대표적이다.
무엇인가를 가지런히 바로잡는 경우가 ‘정(整)’이다. 그에 비해 ‘돈(頓)’은 고개를 조아리는 행위, 거기서 더 나아가 ‘내려앉다’의 새김까지 얻었다. 그래서 두 글자를 엮으면 ‘바로잡아 제자리에 놓다’라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이 정치적 맥락에서 쓰는 이 단어의 실제 말뜻은 훨씬 매섭다. 제 명령에 따르지 않는 대상을 ‘정리(整理)’ ‘정숙(整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분위기 뜯어고친다는 정풍(整風), 아예 제거하는 숙청(肅淸)도 비슷한 단어다.
잘나가던 민간 기업, 인기 연예인, 자산가가 요즘 줄줄이 그 대상에 오른다. 그동안 쌓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정돈’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그에 너무 골몰하면 전체 기세가 푹 꺾이는 ‘돈좌(頓挫)’라는 상황도 부른다. 공산당은 이 경우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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