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別曲] [163] 군중<群衆>과 우중<愚衆>
입력 2021.10.28 16:58 | 수정 2021.10.29 00:00
통치자와 백성의 관계를 언급한 유명한 말이 있다. 임금을 배, 백성을 물에 비유한 내용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水能載舟, 亦能覆舟)”는 발언이다. 전국시대 사상가 순자(荀子)의 말이다.
만리장성(萬里長城) 등 중국인이 쌓기 좋아하는 담을 두고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백성은 함께 담을 쌓는 존재지만 때로는 그 담을 무너뜨린다. 우선 “여러 사람의 뜻으로 성을 쌓다(衆志成城)”라는 성어가 있다. 함께 담을 쌓는 백성의 사례다.
그러나 담이 흔들릴 때 아예 밀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담 무너지려 하자 여러 사람이 떼밀다(墻倒衆人推)”라는 속담이다. 통치의 정당성을 잃었을 때 백성들이 그 반대편에 서는 경우다. 각 왕조 말기에 도졌던 민란(民亂)을 떠올리면 좋다.
통치에 저항하는 폭민(暴民), 명령을 따르지 않는 조민(刁民), 이리저리 떠도는 유민(流民)은 체제에 늘 위협적이었다. 현대 중국 통치자들 또한 사람이 다수를 이룬 집단인 군중(群衆)을 관리하며 길들이는 데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요즘 수도 베이징(北京)의 ‘차오양 구역 군중[朝陽群衆]’이 새삼 화제다. 정부의 장려책에 힘입어 약 14만명이 활동 중이라고 한다. 최근 유명 중국 피아니스트의 성(性) 매수 사건을 적발해 이름이 또 떠들썩하다.
1970년대 옛 소련을 상대로 벌인 스파이 고발부터 연예인들의 마약, 외국인 감시 같은 역할을 수행 중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 CIA, 007의 영국 MI6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정보기관’이라고 자랑도 한다.
함께 성을 쌓는 ‘착한 백성’, 즉 순민(順民) 양산(量産) 사례다. 공산당의 노련한 통치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높은 성에 갇혀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는 우중(愚衆)을 길러낼 우려도 크다. 체제 안정이 최우선인 공산당으로서는 걱정거리가 전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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