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62] 짜이젠과 굿바이

bindol 2021. 10. 22. 06:1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62] 짜이젠과 굿바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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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0.22 00:00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조선시대 홍랑(洪娘)의 작품이다. 관기(官妓)였던 그녀가 최경창이라는 벼슬아치와 헤어진 뒤 보낸 시조다.

그 스토리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왜 하필 버들일까. 중국 민간 습속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오래전부터 그곳에서 펼쳐진 이별 마당의 풍경이다. 헤어져 멀리 가는 이에게 버들가지 꺾어 건네던 ‘절류(折柳)’다.

 

버드나무를 가리키는 류(柳)라는 글자가 ‘머물다’라는 뜻의 류(留)와 발음이 같아 그로써 석별의 정을 표현했다는 풀이가 대세다. 하지만 정설(定說)이라기에는 부족하다. 중요 경전인 ‘시경(詩經)’에 이별 정서를 드러내는 데 버드나무가 등장하며 유래했다는 해석도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좋은 이와 헤어짐은 늘 섭섭하다. 맞잡았던 손을 거둬들이는 분수(分手), 옷소매가 서로 떨어지는 분몌(分袂), 옷깃이 갈리는 분금(分襟) 등이 다 그 경우다.

 

먼 길 떠나는 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 ‘조(祖)’의 조합도 있다. 배웅하는 제례 조송(祖送), 밥 자리까지 차리는 조전(祖餞)과 조연(祖筵), 그때 치는 장막 조장(祖帳) 등이다. 그 인문적 토대에서 나온 현대 중국어의 대표적 표현이 “짜이젠”이다. 우리말 “안녕”, 영어 “굿바이”, 일본어 “사요나라”에 해당한다.

 

뜻은 “다시 만나자(再見)”다. 한·미·일의 이별 언어에 비해 다시 만나자고 강조하는 점이 사뭇 돋보인다. 언젠가 만날 해후(邂逅)를 기대하는 심리다. 그 나름대로 상황을 관리하며 후일을 도모하려는 실리적 시선도 엿보인다.

 

요즘 중국을 떠나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다. 이제껏 있었던 개방적 분위기가 돌변한 점이 큰 이유라고 한다. 그들이 중국을 떠나면서 “짜이젠”이라 말할지 궁금하다. 그저 헤어지고 말자는 정도의 “굿바이”일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