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단은 강화도 마니산에 있으니, 단군이 혈구(穴口)의 바다와 마니산에 성을 쌓고 단을 만들어 제천단(祭天壇)이라 이름했다. (…)하늘은 음을 좋아하고 땅은 양을 귀히 여기므로 제단은 반드시 수중산(水中山)에 만드는 것이요, 위가 네모나고 아래가 둥근 것은 하늘과 땅의 뜻을 세운 것이다.
‘동사(東史)’에 적힌 제천단의 설명이다.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는 제천단. 오래전 제천단을 보려고 마니산에 올랐다. 초소 옆에 헬기 이륙장이 있었고 그 앞에 개천절 행사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일곱 선녀가 깃털 부채를 들고 춤추는 사진에서 제단부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분명 네모꼴의 방형(方形)이었다. 동행한 사진작가의 줌카메라로 들여다보니 제천단이 확 다가왔다. 둥글게 쌓은 아랫단과 네모 반듯하게 쌓은 윗단. 그리고 제단의 중간쯤에 사람 ‘人’을 형상한다는 돌층계도 보였다. 아래의 원형은 하늘을 상징하고 위의 방형은 땅을 형상한다. ‘주역’의 하늘 위에 땅이 있다는 ‘지천태(地天泰)’괘가 된다. 하늘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땅의 기운은 내려오니 천지가 교류한다. 태평하고 화목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주나라 문왕이 ‘주역’에 경문을 부친 것은 3000년 전이고, 단군이 제천단을 쌓은 것은 4300년 전이니 어떻게 1000여 년을 앞질러 그 같은 도리를 아셨을까? 더 놀라운 일은 제천단을 서북방으로 세운 것이다. 원래 마니산은 서북 건좌(乾坐) 간에 앉아 동남 손(巽)쪽을 향한 건좌손향산(乾坐巽向山)이다. 지맥이 동남으로 뻗어 나간 곳은 대개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 킬링필드로 악명 높은 인도차이나반도와 다툼이 끊이지 않는 발칸반도를 꼽을 수 있다. 단군은 일부러 서북으로 방향을 잡아 지천태괘로 제단을 쌓고 국태민안의 염원을 담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셨다. 단군성조의 음덕을 기리며 단기 4353년 개천절의 의미를 되새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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