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

bindol 2021. 10. 24. 04:37

역왈(易曰) 동동왕래(憧憧往來)면 붕종이사(朋從爾思)라 하니 자왈(子曰) 천하(天下)에 하사하려(何思何慮)리오. 천하는 동귀이수도(同歸而殊塗)하며 일치이백려(一致而百慮)이니 천하에 하사하려리오.

‘주역’ 계사하전 제5장의 말씀이다. 주역 택산함(咸)괘에 “마음이 뒤숭숭하니 온갖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는 구절에 대해 공자는 “천하에 골똘히 생각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천하의 만 가지 상이한 길은 하나로 통한다. 온갖 생각이 하나로 통하니 천하에 골똘히 생각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고 반문한다. 천하가 돌아가는 곳은 같으나 그 길이 다를 뿐, 결국 도달하는 곳은 하나라는 것이다. 별안간 마하트마 간디의 어록이 떠올랐다. “여러 가지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가 한 지점으로 가는 여러 가지 길인 셈이다. 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들이 서로 다른 길을 가려 한들 상관없는 일이 아닌가.”

‘동귀(同歸)’란 천하의 만물이 모두 진리로 돌아감을 뜻한다. 진리는 정점에서 만난다. 만물이 마침내 돌아가는 곳은 하나이며, 하나로 시작해도 시작한 그 하나가 없고, 하나로 마쳐도 마친 그 하나가 없는 원시반종(原始反終)인 것이다. 현상은 다르게 펼쳐지나 본질의 핵심은 같다. 길은 다르나 귀착지는 같다. 천하는 이치를 하나로 하는데 사람이 생각을 달리하며, 자연의 법칙은 한 군데로 돌아가게 돼 있는데 사람들이 사심(私心)을 가지고 그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에 공자는 덧붙인다. 우주의 현상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추위가 지나가면 더위가 오며 한서(寒暑)가 서로 밀어 일 년이 된다. 음양이 일월과 한서를 서로 밀어내는 데에 ‘변화’가 있다. 자벌레가 몸을 펴기 위해 움츠리는 것이나, 뱀이 겨울잠으로 몸을 보전하는 것처럼 ‘변화’를 활용해 그저 몸이나 편안히 하라고 충고한다. 우리도 저들과 다름없는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수필가

'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列子, 도를 말하다  (0) 2021.10.24
곡신불사(谷神不死)  (0) 2021.10.24
도(道)는 하나(一)를 낳는다  (0) 2021.10.24
무(無)로부터의 우주  (0) 2021.10.24
존재와 시간은 서로 인대(因待)한다  (0) 202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