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신(谷神)은 불사(不死)하니 시위현빈(是謂玄牝)이오. 현빈지문(玄牝之門)은 시위천지근(是謂天地根)이니 면면약존(綿綿若存)하야 용지불근(用之不勤)이니라.
노자는 ‘도덕경’ 제6장에서 죽지 않는 골짜기의 신(谷神)을 가믈한 암컷(玄牝)이라 일컫고 그것이 천지의 뿌리라고 한다. 면면히 존재하는 듯 약존(若存)하며 이를 쓸지라도 마르지 않는다고 도의 작용을 세 마디로 압축한다. 곡신과 현빈. 이들은 모두 비어(虛) 있기 때문에 신묘한 도의 작용이 가능한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봉우리는 양(陽)이요 골짜기는 마르지 않는 샘, 음(陰)이다. 남자의 심벌보다 여자의 그것이 직접적인 생성의 모체이기 때문에 ‘암컷’이 천지의 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물이 만물로서 존재하려면 음양의 두 기운을 교화(交和)케 하는 충기(沖氣)가 필요하다. 이 충화(沖和)의 기(氣)야말로 만물을 만물케 하는 근본 원기이며 생명인 것이다. 도의 본체가 허무(虛無)인 것처럼 골짜기가 비어 있기 때문에, 암컷이 일체의 만물을 낳을 수 있고 자연의 도는 무궁하게 이어진다는 요지다.
노자는 도(道)를 신비한 ‘암컷’에 비유하고 여성적인 것을 자주 언급했다. 때로는 물을 인용해 ‘부드럽고 유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며 여성성을 찬미하고 ‘상선약수(上善若水)’로써 도의 작용을 상찬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만이 우리를 천상으로 인도한다”는 ‘파우스트’의 결미도 인상에 남는다. 서구 작가들은 이 ‘곡신불사’에서 많은 시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에게도 골짜기와 같은 충허(沖虛)의 빈 마음이 필요하다. 시인 예이츠, 헤세, 이백, 도연명, 소동파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바쇼나 남미의 옥타비오 파스는 노자에게 몹시 경도돼 있었다. 도의 근원인 무(無)에 대한 심오한 사상, 그것들의 상징적인 비유, 보다 함축된 간결한 언어는 시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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