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마이너스에도 플러스가 있다

bindol 2021. 10. 24. 04:56

오늘까지의 내 인생에서 쓸모없는 것은 무엇 하나 없었다.

일본의 소설가 엔도 슈사쿠(1923∼1996)의 수필집 ‘마음의 야상곡’에서 만난 글귀다. 그는 인생 3분의 1에 해당하는 삶을 병고에 시달렸다. 수술로 일곱 개의 늑골을 잃었고, 한쪽 폐가 잘려나갔지만, 그가 얻은 것은 일곱 개의 늑골이나 한쪽 폐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고 말한다.

가톨릭 작가로서 죄와 구원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 ‘침묵’ ‘깊은 강’등이 있으며 프랑스 유학 중에는 모리아크의 소설론을 주목하며 ‘떼레즈 데께루’를 탐독했다. 그는 이 소설에서 죄와 구원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실은 표리일체라는 것을 깨닫는다. 죄와 재생(再生)은 동전의 양면이며 죄와 구원은 표리일체며 등을 붙이고 있는 샴쌍둥이와 같다는 것이다. 죄 가운데 그 사람의 재생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부터 그는 죄조차도 우리에게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며 마이너스를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을 플러스로 전화(轉化)할 것을 권장한다. 우리 인생에서 일시적으로 불리해 보이는 것- 좌절, 질병, 실패 등도 반드시 긍정적인 것이 될 수 있고 그 가능성을 발견해서 구체화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손해도 언젠가는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엔도의 “마이너스에도 플러스가 있고 플러스에도 마이너스가 있다”는 말을 떠올리며 위안으로 삼곤 했다.

그는 작가로서 인간의 ‘마음’을 쓰던 중 선과 악을 엄격히 심판하는 기독교의 사고방식에 회의를 느껴, 이분법을 버리고 작가로서 ‘3분법의 눈’을 발견했노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선악불이(善惡不二)’는 손바닥과 손등의 양면과 같아서 악을 뒤집으면 선이 될 수 있으므로 악도 의미 있고 쓸모 있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죄 가운데 ‘재생 욕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수필가

'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은 말의 지혜  (0) 2021.10.24
여자의 뼈는 검고 가벼우니라  (0) 2021.10.24
後漢사람 연독(延篤)의 독서법  (0) 2021.10.24
혼돈의 죽음  (0) 2021.10.24
사어의 시간(尸諫)  (0) 202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