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아신(父生我身)하고 모국오신(母鞠吾身)하며 복이회아(腹以懷我)하고 유이포아(乳以哺我)로다.” (아버지는 내 몸을 낳게 하시고,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으니 배로써 나를 품으시고 젖으로써 나를 먹이셨도다.)
‘사자소학(四字小學)’의 첫 구절이다. ‘호미도 날이언만은 낫같이 들 리가 없으니다.’ 옛글 한 토막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은혜를 낫에 비유한 것이다. 어느 날 술이 불콰하게 오른 아들은 집에 돌아와 노모를 보자 반색하며 등에 업었다. 손사래를 치며 마다하는 어머니를 기어이 거북 등판 같은 등에 업었다.
‘장난으로 어머니를 등에 업었네. 너무나 가벼워, 세 발짝, 그만 걸음 멈춘다.’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1886∼1912)의 하이쿠다.
아들을 세 걸음에서 멈추게 하는 각성. 언제 이렇게 되셨는가? 어머니의 실체가 달아난 듯한 느낌, 그만 술이 확 깨고 만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대중을 거느리고 남방으로 향하고 계셨다. 도중에 뼈 한 무더기를 만나자 그분은 오체를 땅에 대고 예배를 드렸다. 제자가 까닭을 물으니 “여기에는 내 전생에 전생의 부모님의 뼈가 있을 것이라” 말씀하며 이 자리에서 ‘부모은중경’의 설법이 펼쳐진다.
“여자와 남자의 뼈를 둘로 나눠 보아라” 하시니 “살아있을 때는 겉모습을 보고 알 수 있지만 뼈만 보고 어찌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그들이 다시 여쭙자 부처님은 이렇게 답했다.
“남자의 뼈는 희고 무거운데 여자의 뼈는 검고 가벼우니라. 왜냐하면 자녀를 낳고 기름에, 한 번 아이를 낳을 때 서 말 서 되나 되는 엉긴 피를 흘리고, 여덟 섬 너 말이나 되는 젖을 먹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실컷 우려먹은 사골 솥에서 뼈다귀를 건져 올릴 때 손끝에 닿던 그 섬뜩한 충격! 언제 이렇게 되셨을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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