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승객을 빨리 태우는 방법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 되었어요. 외국에 못 가는 대신, 제주도 등 국내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었다고 해요. 비행기는 목적지까지 가는 가장 빠른 수단이지만, 비행기를 타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요. 줄을 서서 탑승하고 짐을 올릴 때 다른 승객과 엉켜 혼잡을 겪기도 하고요.
항공사마다 승객들을 태우는 방식은 다양해요. 비싼 좌석 승객이나 노약자가 먼저 타고, 나머지 승객들은 자리와 상관없이 선착순으로 줄을 서서 무작위로 탑승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비행기 좌석을 위치에 따라 몇 그룹으로 나눠 뒤쪽에 가까운 그룹부터 먼저 들여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그룹 내에선 보통 별도 순서 없이 무작위로 탑승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많은 승객을 비행기에 탑승시킬 수 있을까요? 미국 시카고대 페르미연구소의 물리학자 제이슨 스테픈 박사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탑승 순서를 연구해 2019년 12월 발표했어요.
그 결과 승객을 그룹으로 나눠 비행기 뒤쪽에 가까운 그룹부터 태우는 것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오히려 무작위로 태우는 것이 더 빨랐어요. 이는 그룹 안에서 앞쪽 좌석 승객이 먼저 도착하면 그 승객이 짐을 올리는 동안 뒤에 있는 승객이 기다리는 등 정체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래요.
스테픈 박사가 발견한 가장 빠른 착석 방법은 모든 승객의 탑승 순서를 정해주는 거예요. 이때 순서는 비행기 맨 뒤쪽 창가 승객이 1번, 두 칸 앞좌석 승객을 2번, 또 두 칸 앞 승객을 3번으로 정해요. 그렇게 한 열이 다 차면 반대편 창가 맨 뒷좌석에 앉는 사람을 태우고, 다시 두 칸 앞에 떨어진 좌석의 사람을 태우는 식으로 순서를 정해요.
이렇게 뒤쪽부터 한 줄씩 띄엄띄엄 순서대로 들어가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짐칸에 짐을 넣을 수 있어서 시간이 크게 절약된다고 해요. 사람들 사이에 줄이 한 줄씩 비기 때문에 엉키는 일이 적기 때문이에요.
스테픈 박사가 실제 보잉 747 비행기에서 실험했더니, 이렇게 뒤쪽 좌석부터 한 줄씩 띄워놓고 탑승하는 방식이 그룹을 나눠 뒤쪽 그룹부터 태우는 방식의 2배, 무작위 방식보단 20~30% 빠른 속도로 승객들을 좌석에 앉힐 수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실제로 이 방식을 적용하려면 모든 승객이 정해진 시각에 공항 탑승 게이트 앞에 도착해서 번호를 부여받고 줄을 서야 가능할 거예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수학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학 산책] 0.01% 확률로 찾을 수 있는 '행운의 상징'이에요 (0) | 2021.10.27 |
---|---|
[수학 산책] 도로에 깔린 전선, 레이저, 전파로 속도 위반 잡아내요 (0) | 2021.10.27 |
[수학 산책] 통에 물 차면 자동으로 종 울려… 부력·지렛대 원리 이용했죠 (0) | 2021.10.27 |
[수학 산책] '마라톤 전투' 승전보 전하려 40㎞ 뛴 데서 유래… 파리 올림픽서 42.195㎞로 결정 (0) | 2021.10.27 |
[수학 산책] 전기밥솥 하루 3시간만 꺼둬도 이산화탄소 142㎏ 줄일 수 있어요 (0) | 2021.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