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수학 산책] 도둑이 우리 집 비밀번호 풀려면?… 1만 번 눌러봐야 해요

bindol 2021. 10. 27. 05:40

한밤중에 누군가 우리 집 현관문 전자 도어록 비밀번호를 '띡띡띡띡' 눌러서 깜짝 놀란 적이 있나요? 집을 착각해서 그런 사람도 있지만, 실제 도둑이 몰래 들어가려고 누른 경우도 있다고 해요. 우리 집을 책임지는 전자 도어록, 안전한 걸까요?

전자 도어록은 예전부터 사용해온 '번호 자물쇠'와 원리가 같아요. 숫자로 비밀번호를 조합해 아무나 열지 못하게 하는 거죠. 번호 자물쇠는 열쇠를 잃어버려도 난처해질 위험이 없어서 한창 인기를 끌었죠. 번호 자물쇠 중에서도 1부터 8까지 튀어나온 번호 중 4개를 눌러서 여는 방식이 많이 쓰였어요. 그런데 왜 4개를 누르는 시스템이 됐을까요? 무조건 비밀번호가 많으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번호 자물쇠는 숫자 순서는 상관없기 때문에 만약 7개를 누르라고 하면 하나만 빼고 다 누르면 되죠. '경우의 수'가 8개밖에 안 되니 도둑이 8번만 눌러보면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어요. 2개와 6개는 경우의 수가 같아요. 6개를 누르려면 2개 빼고 다 눌러야 하니까 2개 고르는 경우의 수와 똑같죠. 이렇게 해서, 2·6개는 경우의 수가 28개, 3·5개는 56개예요. 그런데 4개로 하면 경우의 수가 70개로 가장 많아요. 그러니 4개가 가장 안전하죠.

요즘 많이 쓰는 현관 도어록은 비밀번호만 알아내면 되는 게 아니라, 번호의 순서까지 지켜야 하니 더 안전해요. 또 숫자도 늘어났어요. 전자 도어록은 보통 0에서 9까지, 숫자 10개로 4~12자리 숫자를 만들어 비밀번호로 정하게 되어 있어요. 같은 번호를 여러 번 연속해 누를 수도 있으니 경우의 수가 훨씬 많아졌죠. 예를 들어, 4자리 숫자를 비밀번호로 정한다면, 첫째 숫자는 10개 중 아무거나 가능하니 10가지고, 둘째도 10가지예요. 따라서 4자리 숫자를 비밀번호로 정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0을 네 번 곱한 1만개예요. 12자리 숫자를 비밀번호로 정하면 10을 12번 곱한 1조 가지의 서로 다른 경우의 수가 나와요. 게다가 요즘엔 5번 잘못 누르면 '삐' 소리를 내면서 몇 분간 작동까지 멈추니, 도둑이 알아내기 참 힘들 거예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더 안전한 보안 장치를 찾아요. 손가락 지문(指紋)은 이미 휴대전화 등에 이용되고 있죠. 지문은 사람마다 모양이 달라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어요. 과학자들에 따르면, 나와 다른 사람의 지문이 같을 확률은 약 870억분의 1에 불과하고,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은 조금 다르대요. 현재 세계 인구가 78억 정도니까 지구상에 나와 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은 사실상 없는 거죠. 요즘엔 눈의 '홍채'를 이용해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요. 홍채 역시 사람마다 고유한 패턴을 갖고 있어서 보안 장치에 이용할 수 있대요. 앞으로 기술이 더 발달해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고 영화처럼 눈을 카메라에 스캔하는 것만으로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몰라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