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수학 산책] 라면 국물 한 숟가락 정화하려면 50L 깨끗한 물 필요해요

bindol 2021. 10. 27. 05:41

오염된 물 정화하기

최근 각국 정상들이 모여 환경에 대해 논의하는 'P4G' 회의가 열렸어요. 해양 오염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다뤘어요.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바다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죠.

물이 오염되는 원인은 공장 폐수, 축산 시설에서 나오는 오물, 논밭에 뿌리는 농약 등 다양해요. 하지만 그중 대부분인 80%가 우리가 화장실, 욕실, 세탁, 설거지 등을 하면서 사용하고 버린 '생활 하수'입니다.

원래 물은 스스로 정화 작용을 해서 맑아질 수 있지만, 오염 물질이 너무 많으면 스스로 정화하지 못해요. 그래서 우리는 물 처리 시설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물을 정화해요. 미생물이 오염 물질을 분해하게 하고, 살균제(염소)를 사용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생활 하수 양보다 훨씬 많은 물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쌀뜨물 600배, 라면 국물 5000배, 된장국 7050배, 우유는 1만5000배, 간장은 3만배, 청주 4만배, 식용유는 19만8000배, 마요네즈는 24만배 등 오염 물질의 수백~수십만배에 달하는 물이 필요해요.

각 음식 10mL를 정화하는 데 필요한 맑은 물의 양을 알아볼게요. 1mL는 0.001L예요. 0.001처럼 1보다 작은 수를 소수라고 해요. 실생활에서 아주 작은 숫자를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하죠. 보통 어른 밥숟가락으로 약 10mL 액체를 뜰 수 있어요. 10mL는 0.01L니까, 라면 국물 한 숟가락을 정화하려면 50L의 맑은 물이 필요해요. 2L짜리 생수 25병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죠. 또 10mL 기준으로 간장은 300L, 우유 150L, 청주 400L, 식용유 1980L씩 맑은 물이 있어야 정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물을 오염시키지 않으려면 음식을 먹을 만큼만 만들고 남기지 말아야 해요. 설거지를 할 때나 머리를 감을 때도 세제와 샴푸를 조금씩만 써야 하고요. 스펀지에 마구 펌프질해서 사용하고 있는 주방용 세제도 '추천 사용량'은 매우 적습니다. 설거지하는 데 물을 1L 쓸 거면 세제는 1.5mL만 써야 된대요. 세제를 적게 사용하는 게 힘들다면 아예 설거지 통에 물과 적당량의 세제를 풀어놓고 그릇을 씻는 방법도 있어요.

물에도 오염 정도에 따라 등급이 있어요. 1급수는 냄새 안 나고 가장 깨끗한 물로 사람이 마실 수 있어요. 열목어, 버들치, 가재 등이 살아요. 2급수는 냄새는 안 나지만 마실 순 없어요. 대신 수영은 할 수 있어요. 피라미, 쏘가리, 다슬기가 살아요. 3급수에는 흙이나 모래가 섞여 있어서 탁해요. 농업이나 공업 용수로 사용하고, 붕어·잉어·미꾸라지가 살아요. 4급수는 많이 오염된 물로 썩은 냄새가 나고 어떤 물고기도 살 수가 없어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