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A4 용지 42번 접으면 두께가 43만9804.7㎞ … 달나라까지 닿을 수 있는 거리래요
2배의 힘
우리는 2배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겨요. 하지만 그 위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답니다. A4 용지가 한 장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종이를 계속해서 반으로 접어 두께를 2배로 만든다고 가정해볼게요.
▲ A4 용지를 42번 접은 두께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보다 더 길다고 해요. /픽사베이
우선 크기가 '1'인 종이를 절반으로 한 번 접으면 그 종이의 넓이는 2분의 1이 돼요. 그걸 또 한 번 접으면 넓이가 다시 반으로 줄어 처음 것의 4분의 1이 되죠. 접을 때마다 두께는 2배가 됩니다. 실제로 해보면 7번 정도 접을 수 있어요. 이렇게 접으면 종이의 두께는 128배가 됩니다. 실제로 이렇게 접어보면 예쁜 사각형 모양을 유지하지 못한 채 찌그러진 뚱뚱한 모양이 되죠.
그렇다면 종이를 무한정 접을 수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두께 0.1㎜짜리 A4 용지를 20번 접는다면 그 높이는 얼마쯤 될까요? 무려 104.85m가 된다고 해요. 2를 20번 곱했기 때문인데, 서울 남산타워 높이가 236.7m니까 절반 정도가 되는 셈이죠. A4 용지를 42번 접는다면 종이 두께는 약 43만9804.7㎞로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인 38만3000㎞보다 5만㎞나 더 길어요. 물론 실제론 이렇게 무한정 접을 수 없지만 2배의 위력을 잘 알 수 있어요.
이번에는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손으로 직접 짜장면 면발을 만들 때입니다. 요리사는 적당히 반죽한 밀가루를 딱 절반씩 접어가면서 면을 늘여서 면발을 만들어요. 처음에는 딱 한 가닥이었던 굵은 면발이 요리사의 능숙한 손놀림을 거쳐 순식간에 가늘고 많은 가닥으로 바뀌는데, 굵은 밀가루 반죽 한 가닥을 한 번 접으면 2가닥, 이걸 또 한 번 접으면 2의 제곱인 4가닥, 이를 또 한 번 접으면 2의 3제곱인 8가닥이 됩니다. 대략 7번 접어서 쭉쭉 늘이면 먹기 적당한 굵기의 면이 나오고, 이때 생기는 면은 2의 7제곱인 128가닥이랍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쫄깃하고 맛있는 짜장면이 만들어지죠.
이번엔 퀴즈를 한번 내 볼게요. 명주실 한 가닥을 반으로 접어 두 겹이 되게 하고, 접은 것을 다시 반으로 접어 네 겹을 만듭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으로 접으면 명주 가닥은 점점 두꺼워집니다. 30번 계속하면 마지막에는 어느 정도 두께가 될까요? 명주실의 직경을 0.1㎜라고 할 때 30번 접은 명주실은 2의 30제곱인 10억7374만1824겹이 됩니다. 그러므로 두께가 약 1억737만㎜, 즉 107㎞가 되죠. 이는 서울에서 충북 청주까지 거리와 비슷하다고 하니 2배의 힘은 정말 놀랍죠?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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