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2, 3, 5, 7처럼 더 이상 나눠지지 않는 수… 유클리드가 '무수히 많다' 증명했죠
소수(素數)
최근까지만 해도 밤낮으로 매미가 울어서 시끄러웠죠.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매미는 산란한 후 수년간 땅속에서 애벌레로 보낸 뒤 성충이 돼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참매미와 유지매미의 생애 주기는 5년이나 7년이고, 미국 매미 중에는 13년, 17년의 생애 주기를 갖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모두 소수(素數·prime number)라는 공통점이 있답니다.
소수는 과학에서 말하는 '원자'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먼저 '원자'는 어떤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로 '더 이상 나누거나 분해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뜻이죠. 이 원자처럼 어떤 수를 분해할 때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수'가 바로 소수예요. 즉 어떤 수를 나눌 때 1과 자기 자신 외에는 나눠지지 않는 수죠. 예를 들어 숫자 2는 1과 2로만 나눠지고 3도 1과 3으로만 나눠지죠. 다른 자연수로는 더 이상 나눌 수가 없어요. 그러므로 2와 3은 모두 소수입니다. 소수와 대비되는 개념은 '합성수'입니다. 6은 1과 6으로도 나눠지고, 2와 3으로도 나눠지므로 합성수예요.
▲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있는 유클리드 조각상. /위키피디아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에라토스테네스는 어떤 수가 소수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흥미로운 방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가 만든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라는 것인데, 자연수를 순서대로 늘어놓은 표에서 합성수를 차례로 지워나가면 남은 게 소수라는 것이었죠. 그러나 이 방법을 사용해도 모든 소수를 찾을 수는 없어요. 이미 2300년 전에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가 '소수는 무수히 많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매미들이 왜 하필 소수를 주기로 삶을 꾸려갈까요? 그 이유를 설명하는 두 가지 학설이 있습니다. 첫째는 소수를 생애 주기로 삼으면 매미가 성충이 돼서 땅 밖으로 나왔을 때 천적을 피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매미의 생애 주기가 6년(합성수)이고 천적의 생애 주기가 2년이라면 매미와 천적은 6년마다 만나게 됩니다. 또 생애 주기가 4년인 천적과는 12년마다 만나게 되겠죠. 그렇지만 매미의 생애 주기가 7년(소수)이라면 생애 주기가 2년인 천적과는 14년마다 만나게 되고, 생애 주기가 4년인 천적과는 28년마다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매미는 종족 번식을 위해 보다 많은 시간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죠.
또 다른 학설은 동종 간 경쟁을 피하기 위해 생애 주기를 조정한다는 것이에요. 모든 매미의 생애 주기가 같아서 서로 겹치게 되면 그만큼 먹이를 둘러싼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종의 매미가 많은 자손을 퍼뜨리려면 동시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하죠.
예컨대 생애 주기가 5년인 매미와 7년인 매미는 35년마다 만나고, 13년인 매미와 17년인 매미는 221년마다 만나게 됩니다. 그만큼 경쟁을 피하게 돼서 번식의 기회가 많아지겠죠. 어떤가요. 살아남기 위해 생애 주기를 소수로 살아가는 매미의 신비가 놀랍지 않은가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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