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15세기 독일 비드만이 '+' '-' 첫 사용… 데카르트는 미지수 'x'라고 표시했죠
기호
▲ /위키피디아
초등학교 수학에는 보통 기호나 문자가 등장하지 않지만 중학교 수학부터는 기호와 문자가 많이 등장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초등생 때까지는 수학을 비교적 쉽게 생각하다가 중학생 때부터 매우 어려워한답니다.
그렇다면 수학을 이토록 어렵게 만든 기호는 언제부터 썼을까요? 사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많은 수학 기호의 역사는 채 500년도 되지 않아요. 원래는 문장이나 말로 문제나 풀이를 설명했다가 16세기 이후 급격하게 갖가지 기호를 사용하는 '기호화'가 이뤄졌답니다. 이 때문에 오늘날 수학은 거의 완벽한 '기호 학문'이 되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 사례를 살펴볼까요? 영국의 수학자 레코드(1510~1558)는 현대적 등호 기호인 '=(같음)'을 그의 책 '지혜의 숫돌'에서 처음 사용하였는데, 그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두 평행선(=)만큼 같은 것은 달리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기호인 근호(√)는 1525년 수학자 루돌프가 그의 책 '미지수'에서 소개했는데, 이것은 독일어로 radix(근)를 뜻하는 첫 글자인 r과 닮았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현재의 덧셈 기호(+)와 뺄셈 기호(-)는 '계산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독일의 수학자 비드만이 1489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출판한 산술책에 나타나 있어요. 이 기호들은 당시 연산 기호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과잉'과 '부족'을 나타내는 기호로 쓰였죠. 덧셈과 뺄셈 기호는 1514년 네덜란드의 수학자 호이케가 본격적인 연산 기호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나눗셈 기호인 ÷는 1659년 취리히에서 출판된 대수학 책 '게르만의 대수'에 처음 등장했는데 원래는 비례를 나타내는 기호인 ':'에서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16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인 비에트는 기지수(이미 알려진 수)와 미지수(아직 모르는 수)를 구분하기 위해 처음에는 기지수를 알파벳 자음으로 쓰고 미지수는 모음으로 썼어요. 그러다 오늘날처럼 기지수는 알파벳의 앞쪽인 a, b, c 등을 쓰고 미지수는 뒤쪽의 알파벳인 x, y, z로 쓴 사람은 다름 아닌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1596~1650)〈사진〉였답니다.
데카르트는 특히 미지수로 x를 많이 사용했는데요. 이는 당시 프랑스어 인쇄 활자 중에서 다른 알파벳보다 x가 단어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인쇄소에 x 활자가 가장 많이 남았고, 이 때문에 책 출판 등을 위해 이 글자를 미지수로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7세기 초반 수학자들은 본격적으로 수학을 기호화하기 시작하였어요. 그러나 수학 기호는 18세기 미적분을 만든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과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가 살던 시대까지도 완전히 정립되지 못했어요. 오늘날 수학 기호 대부분은 국제적으로 같은 모양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아직도 나눗셈 기호로 ':'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이로 미뤄 봐서 수학은 아직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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