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 ‘파우스트’의 한 장면.
현대인은 끊임없이 소비를 하며 살아간다. 물건을 사는 운명에 처한 우리는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몇몇 원시부족을 제외하고는 이 소비자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특정 물건의 소비자일 뿐 아니라 스스로가 소비를 당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를 소비하는 소비자는 누구인가.
독일 문학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괴테(1749∼1832)는 전 생애에 걸쳐 ‘파우스트’라는 위대한 작품을 완성했다. 인간과 악마의 계약이라는 흥미로운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선과 악, 실존과 구원 등을 다룬다. 2부에는 왕을 도운 대가로 땅을 하사받은 파우스트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땅을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제방공사를 빠르게 추진한다. 하지만 ‘효율성’의 함정에 걸린 파우스트는 공사로 인한 수많은 희생을 외면했다. 인부들은 착취를 당했으며 방해가 되는 집을 없애려다 노부부가 불에 타 죽는 일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멈출 수 없었다. “빨리 유토피아를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정신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부들의 삽질 소리는 파우스트 자신의 무덤을 파는 소리가 됐다. 결국 파우스트는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효율성의 덫에 걸린 파우스트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속도의 삶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소비하고 피폐하게 만든다. 하지만 소비의 끝은 쓸쓸하고 외롭다. 먹고 남은 음식, 사용이 끝난 일회용품, 효용이 다한 물건들은 버려지거나 홀로 방치된다. 수많은 노인이 가족에게 외면당한 채 외롭게 살아가는 건 이러한 ‘소비당함’의 방증(傍證)일지도 모른다. 효율성의 함정에서 벗어나면 ‘일상의 행복’이 오롯이 되살아난다. 효율성을 가능하게 하는 속도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의 순간을 바라보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소비하게 만드는 당신의 욕망을 멈춰라. 그것이 바로 당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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