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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억만장자 위 조만장자

bindol 2021. 11. 3. 04:42

[만물상] 억만장자 위 조만장자

김홍수 논설위원

 

김홍수 논설위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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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경제 위기가 세계의 억만장자 수를 크게 늘렸다. 위기 진화 과정에서 10조달러 이상 새 돈이 풀리면서 글로벌 증시 초활황을 낳았다. 비대면 메타버스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가상 화폐 투자 붐이 이어지면서 신흥 억만장자도 대거 탄생시킨 것이다. 지난 4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자산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부자가 2755명으로 1년 새 660명이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2020년 9월 3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베를린 인근 테슬라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AFP 연합뉴스

 

▶며칠 전엔 포브스가 ‘미국 400대 부자’ 명단을 발표했는데, 전반적인 자산 증가 탓에 400대 부자 커트라인이 21억달러에서 29억달러(약 3조5000억원)로 올랐다. 올해 처음 진입한 44명의 신입 억만장자 중엔 가상 화폐 사업가 7명이 포함됐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 탓에 25년 만에 처음으로 400대 부자 명단에서 밀려났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500대 부자 중 1위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다. 1년 새 테슬라 주가가 200% 급등한 덕에 머스크의 재산 총액이 3350억달러(11월 2일 기준)로 치솟았다. 나이키·도요타의 시가총액을 웃돌고, 핀란드·베트남 GDP(국내총생산)보다 더 크다. 2위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의 격차도 1000억달러 이상 벌어졌다. 머스크의 현재 재산엔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의 지분은 반영돼 있지 않다. 모건스탠리는 비상장기업 스페이스X 지분까지 감안하면 머스크가 인류 최초로 1조달러 재산을 가진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류 역사상 최고 부자는 누구일까? 머스크가 아닐 수 있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지는 19세기 미국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와 석유왕 존 록펠러의 재산이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각각 3700억달러, 3400억달러가 넘는다는 계산을 내놓은 바 있다. 19세기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산은 최대 1조달러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세계 500대 부자 중 70%는 새 제품(테슬라), 새 비즈니스 모델(에어비앤비)을 만들어 낸 혁신 기업가들이다. 세계 10대 부자 중 프랑스 LVMH 베르나르 아르노(3위), 워런 버핏(10위) 빼고는 모두 IT(정보통신) 기업 창업주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1위 부자로 등극했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25살 때 1억달러 이상 자산을 모았지만 나는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대 변화를 먼저 읽고 ‘창조적 파괴’를 실행하는 사람이 큰 부자가 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