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건이 동이 나거나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필요 이상으로 사 두는 일을 사재기라고 하지요. /주완중 기자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두 권의 책에 대해 출판인 단체에서 사재기 판정을 내렸어요. 해당 출판사는 사재기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출판계는 술렁이고 있어요.
사재기는 어떤 물건의 값을 오를 것을 예상하고 폭리(★)를 얻기 위하여 물건을 사들이는 것을 말해요. 한자어로는 매점(買占)이라고 하지요.
출판업계에서 사재기란 출판사들이 자기 회사에서 출간한 책들을 서점에서 다시 구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도록 조작해 판매를 늘리는 것이에요. 일단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면 독자들 관심이 집중돼 진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재기'하면 떠오르는 조선시대 인물이 있지요? 바로 허생이에요. 허생은 한양 최고의 부자 변씨에게 만 냥을 꾸어 안성으로 내려가 과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어요. 그러자 과일이 동나서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를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지요.
허생은 자기가 산 과일을 상인들에게 열 배의 값으로 되팔아 큰돈을 벌어요. 그다음에는 칼·호미·옷감 등을 가지고 제주도로 건너가 말총을 죄다 사들였어요. 말총은 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을 말해요. 망건(★)의 재료로 쓰이는 말총을 허생이 전부 사들이자 얼마 후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어요. 이런 식으로 허생이 큰돈을 번 방법이 사재기랍니다.
그런데 허생은 실존 인물이 아니에요.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한문소설 허생전의 주인공이지요. 박지원이 허생전을 쓴 이유가 돈을 버는 방법엔 사재기 같은 것도 있다는 것을 백성에게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아니에요. 당시 조선보다 발달했던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상업이나 공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상거래로 부자가 된 평민들과, 책만 읽고 경제적 책임은 회피해 가난에 허덕이는 무능한 양반들을 대비시킨 거예요. 나아가 화폐의 유통이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려주고 무역의 필요성도 강조하였지요.
▲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이 담긴 연암집이에요. /토픽이미지
학자들은 박지원이 허생전을 지은 때를 1780~1793년 사이로 짐작해요. 이때는 조선에서 상업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던 시기지요. 특정상품을 독점해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폐지하고 상인들의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이때 도고가 등장해요. 도고는 상품을 사재기하거나 독점해 가격을 오르게 하거나 매매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해요. 이런 행위를 하는 상인이나 상인 조직을 뜻하기도 하지요. 상품 경제가 발달하고 화폐의 유통이 활발해져 상업이 발달했는데, 상품을 생산하는 단계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 거예요. 상품 수송도 불편해 유통 과정에서 사재기나 독점(★)이 생겨났고, 도고가 가격을 조작해 이익을 취하는 현상이 나타난 거예요. 이들의 등장은 상품의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됐어요. 결국 생산자와 변변치 않은 상인들은 손해를 입었고, 백성 역시 큰 피해를 봐야 했지요. 그래서 박지원은 소설에서 허생을 통해 "사재기는 백성을 해치는 길이며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할 것"이라고 경계(★)한 것이에요.
★베스트셀러: 어떤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물건. 인기 상품.
★폭리(暴利): 지나치게 많이 남기는 부당한 이익.
★망건: 상투를 튼 사람이 머리카락을 걷어 올려 흘러내리지 아니하도록 머리에 두르는 그물처럼 생긴 물건.
★독점(獨占): 어떤 물건이나 권리, 이익 등을 혼자서 모두 가지거나 누리는 것.
★경계(警戒): 옳지 않은 행동이나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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