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종실록에는 임금이 새해에 신하들에게 세화를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문화재청지난주엔 즐거운 설 명절이 있었어요. 여러분은 설에 어떤 선물을 받았나요? 그냥 세뱃돈만 받았다고요? 설 선물 이야기를 하니, 지난주에 본 뉴스가 떠오르네요. '가장 받고 싶은 설 선물'이라는 설문 조사에서 직장인은 '현금'을 1위로 꼽았고, 여러분과 같은 초등학생은 스마트폰과 게임기를 꼽았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렇다면 옛날에는 설에 어떤 선물이 오갔을까요? 조선시대에 궁궐에서는 왕이 신하들에게 약이나 곡식, 소금, 옷감 등을 새해 선물로 주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생활필수품 말고도 매우 특별한 선물을 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림이었답니다. 왕이 새해를 축하하는 뜻으로 제작하여 신하들에게 내린 그림을 '세화(歲畵)'라고 해요. '조선왕조실록' 중 '중종실록'에는 세화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어요. "세시(★)에 미리 화사(★)로 하여금 화초·인물·누각을 그리게 하고, 그림을 잘 아는 재상에게 그 우열을 가려 상하의 등급으로 매기게 하여 왕실의 재산으로 삼고 그 나머지는 재상과 근신(★)들에게 하사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조선 후기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는 세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어요. "도화서에서 수성(★)과 선녀, 직일신장(★)의 그림을 그려 임금에게 드리고, 또 서로 선물하는데 이것을 세화라 한다." 즉, 세화는 장수(長壽)나 한 해의 운이 좋기를 바라는 뜻이 담긴 식물이나 동물, 인물, 풍경 등을 그린 그림이었어요.
그런가 하면 승정원(★)에서는 설에 문관(文官)들에게 연상시(延祥詩)를 짓게 했어요. 연상시란 신하들이 나라와 임금에게 복되고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며 지어 올리는 시를 말해요. 주로 임금의 업적을 칭송하거나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았지요. 특히 잘 지어진 연상시는 대궐 전각의 기둥이나 문설주에 붙여두고 많은 사람이 보게 했답니다. 이를 연상첩이라고 불렀는데, 연상시를 연상첩으로 만들어 대궐 전각의 기둥에 붙이는 일은 관상감(★)에서 맡았어요. 닥종이를 길게 잘라 종이 하나에 연상시 한 구절씩 쓰는데, 주사(★)로 붉게 썼으며 시구의 위아래에 각각 연잎과 연꽃을 그렸다고 해요.
▲ 세화는 장수나 한 해의 운이 좋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그림이에요. 처음에는 궁중 풍습으로 시작되어 점차 민간으로 퍼졌다고 해요. /국립민속박물관
지난 4일은 입춘(★)이었어요. 우리 조상은 입춘에 집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을 축하하는 글을 써서 붙였지요. 이를 춘첩자(春帖子)라고 하는데, 춘첩자가 바로 연상첩을 따라서 생긴 풍습이라고 해요. 춘첩자에 쓰인 가장 대표적인 글귀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으로,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한다'는 뜻이에요. 좋은 뜻이 담긴 그림과 글씨로 새해와 새봄을 축하했던 우리 조상처럼 여러분도 밝은 마음으로 새봄을 맞도록 해요.
★세시(歲時): 새해의 처음. 설의 다른 말.
★화사(畵師): 그림 그리는 것을 업(業)으로 삼은 사람.
★근신(近臣):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던 신하.
★수성(壽星):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별.
★직일신장(直日神將): 하루의 날을 담당하여 그날의 액운을 물리치는 수호신.
★승정원(承政院): 조선시대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던 관청. 국왕의 비서기관.
★관상감(觀象監): 조선시대 천문·지리학·책력·기상관측 등을 담당한 관청
★주사(朱砂): 붉은색 광물성 안료.
★입춘(立春): 24절기의 하나.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들며, 이때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함.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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