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전은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우는 데 앞장섰어요. /Getty Images 멀티비츠요즘 주말에 방송되는 '정도전'이라는 역사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드라마 관련 뉴스도 연일 올라오고요. 정도전(鄭道傳)은 고려 말 신진사대부(★)로 활약하며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앞장선 인물이에요. 드라마를 보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정도전을 '삼봉'이라고 부르는데, 삼봉은 정도전의 '호(號)'랍니다. 옛날 사대부(★)들은 이름이 여러 개였어요. 호적에 오르는 정식 이름 말고 관례를 올리면서 받는 이름인 '자(字)'가 있었고, 자 대신 편하게 부르도록 지은 이름인 '호(號)'도 있었지요. 자는 주로 부모나 집안 어른이, 호는 스승 혹은 가까운 친구가 지어주거나 스스로 짓기도 했어요. 정도전의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峰)이에요. 삼봉이라는 정도전의 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요.
지금의 경북 영주에 살았던 정도전의 아버지 정운경이 젊었을 때 충북 단양의 도담삼봉 앞을 지나다가 관상을 보는 사람을 만났어요. 그 사람은 정운경에게 "10년 뒤 이곳에서 혼인하면 장차 재상이 될 아이를 얻을 것"이라고 했대요. 정운경은 그 말대로 10년 뒤 다시 도담삼봉이 있는 마을에 와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나서 아이를 얻었지요. 길을 지나다가 얻은 아이라 하여 이름도 '도전(道傳)'이라고 지었다고 해요. 훗날 정도전은 부모가 인연을 맺은 곳을 떠올리며 자신의 호를 삼봉으로 지었다고 하고요.
도담삼봉과 정도전에 얽힌 또 다른 전설도 있어요. 원래 강원도 정선 땅에 있던 삼봉산이 홍수 때 떠내려와 지금의 단양 땅인 도담에 멈추어 도담삼봉이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정선군은 단양군으로부터 삼봉에 대한 세금을 걷어갔지요. 그런데 당시 단양 외가에 살던 어린 정도전이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오게 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만 볼 뿐 아무 필요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니 필요하면 도로 가져가라"고 한 뒤부터 세금을 내지 않게 됐다고 해요. 두 이야기 모두 참 재미있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우선 정도전이 쓴 아버지 정운경의 행장(★) 등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단양이 아니라 영주 출신이거든요. 정도전뿐 아니라 그 형제들의 이름이 도존(道尊)과 도복(道復)이에요. 그의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도를 전하고, 도를 중히 여기고 공경하며, 도를 회복하라는 뜻으로 3형제의 이름을 지은 것으로 짐작하지요.
▲ 충북 단양의 도담삼봉이에요. 정도전의 호‘삼봉’이 여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해요. /유창우 기자
그렇다면, 삼봉이라는 정도전의 호는 어떻게 지어진 것일까요? 그 유래는 정확하지 않으나 '삼봉집(三峰集)'에 남긴 정도전의 글을 바탕으로 삼봉은 단양의 도담삼봉이 아니라 서울의 삼각산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정도전은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경상도 영주에 머물며 시묘(★)를 지내고, 1369년 자신의 옛집이 있는 삼각산 아래에 머물며 학문에 정진했거든요. 당시 그를 아끼던 친구들이 찾아와 지어주었거나 정도전이 스스로 지은 것으로 짐작하는 것이지요. 삼각산은 지금의 북한산의 다른 이름으로 서울시 북쪽 외곽에 병풍을 친 듯 솟아 있는 산이에요.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세 봉우리가 뿔처럼 높이 서 있어 삼각산이라 불렀대요.
★신진사대부(新進士大夫): 고려 말에 등장한 새로운 정치 세력. 성리학을 공부하고 과거를 통해 관직에 진출하여 개혁을 추진하던 세력.
★사대부(士大夫): 고려·조선시대 문관 관료의 총칭. 사(士)는 선비, 대부(大夫)는 관료를 뜻함.
★행장(行狀): 죽은 사람이 평생 살아온 일을 적은 글.
★시묘(侍墓):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이 3년간 부모 묘소 옆에 움집을 짓고 살며 산소를 돌보고 공양 드리던 일.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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