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촌토성(서울 송파구 방이동 일대)은 개로왕의 마지막 거처였던 백제의 남성(南城)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문화재청 제공지난 6일, 홍콩의 한 신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방궁(阿房宮) 유적지 복원사업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어요. 아방궁은 중국 산시성 시안시(市) 서쪽의 아방촌이란 곳에 지어졌던 궁전이에요.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秦)나라 시황제의 명령으로 기원전 212년부터 세워지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시황제가 살아 있을 때 완성되지 않아 다음 황제 때까지 공사를 이어갔지만, 완성되기 전에 진나라가 멸망하면서 불타 사라졌어요.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에 따르면 아방궁 규모는 동서로 700m, 남북으로 120m에 이르고, 약 1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해요. 궁실(★)마다 진귀한 보물과 황제를 위한 오락 시설로 가득했대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아방궁'이란 말은 크고 화려한 집이나 건물을 비유할 때 써요. 중국 시안시는 아방궁의 역사적인 가치를 높이 평가해 380억위안, 우리 돈으로 약 6조7000억원을 들여 복원할 계획이었지요.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왜 복원사업을 중단하라고 했을까요? '아방궁은 봉건시대의 사치를 선전할 뿐 재건할 만한 문화적 가치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어요. 또한 '시황제가 노동력과 세금을 착취하면서 백성의 원망을 사 곧 진나라가 멸망했다'는 평가도 덧붙였지요.
우리 역사에서도 큰 궁궐을 짓다가 나라를 어려움에 빠뜨린 임금이 있었어요. 바로 백제의 제21대 임금인 개로왕이에요. 개로왕은 왕위에 오른 뒤 왕권을 강화하고 고구려의 침공에 대비해 성을 고쳐 짓고 목책(★)을 설치하였어요. 고구려 남부지역을 먼저 공격하며 고구려와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고구려에서 보낸 첩자였던 도림의 말에 속아 국력(★)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고 말아요. 도림은 다음과 같은 말로 개로왕을 속였습니다. "대왕이 다스리시는 백제는 하늘이 만든 요새이며, 주변 나라들도 백제를 받들어 섬기기를 원합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 높은 위세와 부유함을 드러내어 다른 나라의 존경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백제의 성곽과 궁궐은 수리되지 아니하고, 선왕(★)들의 시신은 볼품없는 무덤에 묻혀 있습니다. 또 백성의 집은 강물이 범람할 때 자주 침수되고 있으니, 이는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 중국 진나라 시황제의 명령으로 지어진 아방궁은 지금도 크고 화려한 집을 비유하는 말로 쓰여요. /Corbis 토픽이미지
도림의 말을 들은 개로왕은 백성을 징발(★)하여 성을 쌓고 그 안에 웅장하고 화려한 궁궐과 누각, 정자를 짓게 하였어요. 그 탓에 나라 살림이 바닥나고 백성은 고통과 굶주림에 허덕였지요.
이때 도림이 고구려로 돌아가 장수왕에게 백제의 사정을 알리자, 장수왕은 즉시 백제를 공격했어요. 백제는 수도인 한성을 고구려에 빼앗기고 개로왕은 비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지요. 백제는 도읍을 남쪽으로 옮겨 겨우 왕실을 보존했습니다.
진나라와 백제는 백성을 아끼지 않고 화려한 궁궐을 지으며 사치와 향락(★)을 일삼다가 멸망하거나 나라의 위기를 맞았어요. 두 왕조의 슬픈 역사는 지금도 우리에게 훌륭한 교훈이 되고 있지요.
★궁실(宮室): 궁전 안에 있는 방.
★목책(木柵): 말뚝 따위를 죽 잇따라 박아 만든 울타리.
★국력(國力): 한 나라가 정치·경제·문화·군사 등 모든 방면에서 가진 힘.
★선왕(先王): 앞선 세대의 임금.
★징발(徵發): 남으로부터 물품을 강제적으로 거두어 들이거나 어떤 일을 시키기 위하여 강제적으로 사람을 불러냄.
★향락(享樂): 즐거움을 누리거나 좇는 것을 말함.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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