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 유성룡 모습이에요. 선조는 유성룡이 풀이한 ‘기효신서’ 내용을 바탕으로 조선 군사 제도를 개편했대요.지난 3일, 우리나라 20~30대 남자들의 눈길을 끄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예비군 제도와 훈련이 달라졌다'는 뉴스였지요. 예비군 훈련 기간 중 성적 우수자는 일찍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주며, 훈련 보상비가 1000원씩 오르고, 1인당 1일 급식비도 6.5% 인상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어요.
예비군은 평상시에는 일반인으로 지내다가 나라에 비상사태가 일어나면 동원(★)되어 국방의무를 수행하도록 조직된 부대나 그 부대에 속한 사람을 말해요. 우리나라에서는 1968년 '향토예비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생겨났어요. 대상자는 현역(★)이나 보충역(★)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으로, 군대에서 전역한 다음 날부터 만 8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예비군에 소속돼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런 예비군 제도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해요.
조선 초기, 어느 산간 마을 어귀에 방이 붙었어요. '다음과 같이 잡색군을 편성함. 향리, 향교의 생도, 관가나 개인에 속한 노비,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 군역을 지지 않은 백성 등.' 그 방을 보던 남자들은 이렇게 수군거렸어요. "잡색군? 온갖 사람이 마구 뒤섞인 군대라는 말 같은데?" "그럼 정규군(★)은 아니겠군."
조선 초기의 잡색군은 국경이나 해안 지대와 달리 군사력이 잘 미치지 않는 내륙 지방을 방위할 목적으로 생겨난 지방 군대였어요. 일종의 예비군이었지요. 하지만 잡색군은 세종 때 이후 군사가 크게 늘면서 점차 쓸모없어졌고, 세조 때 이후로는 유명무실(★)해졌어요.
▲ 임진왜란 때 편성된 속오군은 오늘날의 예비군과 비슷했어요. /토픽이미지
그 뒤 조선에 다시 예비군이 나타난 것은 임진왜란 때였어요. 선조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들이 '기효신서(★)'란 병서에 따라 조직된 군대를 움직여 평양에서 왜적을 물리쳤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선조는 '기효신서' 내용을 유성룡에게 풀이하게 한 뒤 "기효신서를 참고로 하여 조선의 군사 제도를 개편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래서 중앙에는 훈련도감을 신설하고, 지방에는 속오군을 두었지요. 이때 등장한 속오군이 오늘날 예비군과 성격이 비슷해요. 속오군은 군역을 지지 않은 양인과 천인 중에서 군사훈련과 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서 조직한 군대였거든요. 평상시에는 군포만 바치게 하고, 비상시에만 소집하여 군역을 치르게 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황해도 지역부터 편성되었고, 곧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어요. 그 뒤 정유재란 때에는 이들이 실전에 투입되어 왜군의 북진을 저지하는 데 한몫했대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무관 출신 관리 대신 지방 수령이 속오군의 관리·조직·훈련을 모두 맡으면서 훈련이 줄어들고 기능이 약해져 영조 때 이후로는 또다시 유명무실해졌어요.
★동원(動員): 전쟁 따위의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군 조직을 평시 체제에서 전시 체제로 바꾸는 일. 병력을 소집하고 군수 물자를 징발하며, 모든 기관을 전시 체제로 재편성함.
★현역(現役): 군에 입대하여 실제로 복무하는 병역, 또는 그런 군인.
★보충역(補充役): 징병검사를 받아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 수급 사정에 따라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과, 공익근무요원, 공중보건의사, 산업기능요원 등으로 복무 중이거나 복무를 마친 사람.
★정규군(正規軍): 한 나라 정부에 제도적으로 소속되어 체계적인 군사교육 훈련을 받아 이루어진 군대.
★유명무실(有名無實): 이름만 그럴듯하고 실속은 없음을 이르는 말.
★기효신서(紀效新書): 중국 명나라 장군 척계광이 왜구를 소탕하고자 지은 병서.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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