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자호란 때 조선은 청의 강압으로 삼전도비를 세웠어요. 삼전도비 옆에는 인조 임금이 청 태종에게 절하는 모습을 묘사한 동판이있어요. /조선일보 DB남한산성(경기도 광주시 중부면)이 곧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고 해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남한산성을 '세계유산 등재 권고'로 평가하여 유네스코에 보고했거든요.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한양(서울)을 지킨 산성이에요. 백제·통일신라·고려· 조선 등 오랜 시대에 걸쳐 한강 유역과 수도를 방어한 천혜(★)의 요새였지요. 1626년 조선 인조 때에는 청나라의 침입에 대비해 남한산성 안에 행궁(★)을 지었으며, 병자호란 때에는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청나라 군대와 싸우기도 했어요. 남한산성의 행궁은 조선시대 20여개의 행궁 중 유일하게 종묘와 사직(★)을 갖춘 행궁으로,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제2의 수도 역할을 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에요. 남한산성은 왕궁과는 별개의 산성이면서도 전쟁 시 왕이 거주할 수 있는 '비상(非常) 왕궁'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고 해요. 남한산성이 얼마나 중요한 요새였는지는 다음의 일화에서 잘 알 수 있어요.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얼마 전 청나라 태종은 용골대라는 장수를 비밀리에 조선으로 보내 남한산성의 지도를 그려오게 하였어요. 명을 받고 조선으로 온 용골대의 눈에는 남한산성이 그저 평범한 산성으로만 보였대요. 그래서 세밀한 지도를 그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대충 지도를 그려서 청나라로 돌아갔지요. 청 태종은 지도를 받고서 용골대에게 강과 도성의 위치 등을 자세히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용골대가 대답했어요. "강은 산성 서쪽에 있고, 도성은 강 건너편에 있습니다." 이에 청 태종은 크게 화를 내며 용골대를 꾸짖었대요. "네 말대로라면 남한산성의 산세가 응당 남북이 길고 서북이 짧을 것이거늘, 네 어찌 반대로 서북을 길게 하고, 남북을 짧게 그려 왔느냐!"
▲ 남한산성 행궁은 종묘와 사직을 갖춘 유일한 행궁이에요. 전쟁 시 제2의 수도 역할을 하도록 지어졌지요. /김상민 기자
용골대는 청 태종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했어요. 청 태종은 용골대에게 다시 엄히 명령했어요. "빨리 다시 조선으로 가서 이번에는 산성의 작은 나무 하나까지 빼놓지 말고 그려 오라. 만약 명대로 하지 않으면, 네 목을 베겠다." 이에 용골대가 겁을 먹고 다시 조선으로 들어와서 남한산성의 성곽, 바위, 골짜기, 언덕 등을 빠짐없이 살피고 지도에 그려 청 태종에게 바쳤다고 해요. 그 지도 때문에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이 청나라에 함락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하지요. 남한산성을 보면 병자호란이라는 안타까운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 겹쳐 보이지만 곳곳에 우리 역사의 숨결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이랍니다.
★천혜(天惠): 하늘이 베푼 은혜, 또는 자연의 은혜.
★행궁(行宮): 임금이 궁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무르던 별궁. 또는 비상시 왕이 정무를 집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
★사직(社稷):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을 아울러 이르는 말. 사직은 풍년과 흉년, 국가의 운명을 관장한다고 여겨져 종묘와 더불어 국가를 상징하는 중요한 존재였다.
[1분 상식] '병자호란(丙子胡亂)'이란 무엇인가요?
여진족이 세운 청(淸)나라가 병자년인 1636년(인조 14) 12월에 조선을 두 번째로 침략한 사건을 말해요. 첫 번째 침략은 1627년에 일어났는데, 당시 여진족의 나라는 청이 아니라 후금(後金)이었지요. 이때 후금은 명나라를 견제하고자 군대를 몰고 와 조선과 '형제의 나라'라는 외교 관계를 맺어요. 이를 '정묘호란(丁卯胡亂)'이라고 해요. 이후 1636년 후금의 태종이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조선을 다시 침략한 것이 병자호란이고요. 병자호란으로 조선은 청나라에 복종을 맹세하고 세자와 왕자가 볼모로 잡혀가는 수모를 당했어요.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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