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대한제국' 선포해 개혁 꿈꾼 고종 황제

bindol 2021. 11. 4. 04:47

을미년 명성황후가 일본에 시해된 후 러시아공사관에서 머물렀던 고종
경복궁 대신 덕수궁으로 돌아와 근대화·자주국가의 모습 갖추고자
1897년 대한제국으로 나라 이름 바꿔

지난 13일 서울 덕수궁의 석조전(石造殿)이 '대한제국역사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돌(石)로 지은(造) 궁전(殿)'이란 뜻의 석조전은 1898년 영국인 건축가가 대한제국 황궁으로 설계하여 1910년 완공한 서양식 건물이에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미술관·박물관·궁중유물전시관 등으로 사용되며 원래의 모습을 잃었다가, 104년 만에 제 모습을 되찾아 우리에게 대한제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 되었지요. 그렇다면 대한제국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일본인 손에 시해된 명성황후

"국왕이 남의 나라 외교 공관에 머무는 것은 매우 수치스럽고 나라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1897년 2월 독립협회라는 단체가 고종 임금에게 궁궐로 돌아가라는 백성의 뜻을 전했어요. 당시 고종은 우리 궁궐이 아닌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렀거든요.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지내게 된 것은 1895년에 일어난 '을미사변(乙未事變)'이라는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그림=이창우

1894년 7월 25일 조선을 지배할 욕심을 품은 일본은 당시 조선에 주둔해 있던 청나라 군대와 전쟁을 벌였어요. 이를 청일전쟁이라고 해요. 이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자기 세력을 넓히려고 하였지요. 그러자 프랑스·독일·러시아 등 서양 강대국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어요. 특히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였지요. 명성황후는 러시아 세력을 끌어들여 조선에서 일본 세력을 몰아내려고 했어요. 러시아 세력의 등장으로 조선에서 일본의 세력이 약해질지 모른다고 생각한 일본 공사 미우라는 흉악한 일본인 무리를 동원해 경복궁에 난입하여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을미년(乙未年)인 1895년 10월 8일에 벌어진 참담한 일이었지요. 이렇게 일본인의 손에 명성황후가 목숨을 잃은 사건을 을미년에 일어난 참변이라고 하여, '을미사변' 혹은 '을미참변'이라고 해요.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고종

명성황후가 시해당하자, 고종은 분노와 슬픔,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일본은 조선에 김홍집을 중심으로 하는 친일 내각을 세웠지요. 김홍집이 이끄는 내각은 머리를 짧게 깎아 상투를 없애는 단발령을 내리며 개혁을 시행했어요. 이를 '을미개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상투머리는 조상과 부모님이 물려주신 것, 내 목은 잘라도 머리는 자를 수 없다!"

"조선의 국모인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놈들 말만 따르는 꼭두각시 내각을 몰아내자!"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크게 분노한 조선 백성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의병을 일으켜 일본과 친일 내각에 대항하였어요. 일본군과 조선 정부군은 의병을 진압하기 위해 지방으로 이동하였지요.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고종은 이 틈을 타 왕세자와 경복궁을 나와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이때가 1896년 2월 11일이었어요. 이 사건을 '아관파천(俄館播遷)'이라고 하지요. 아관(俄館)은 러시아공사관을 뜻하는데, 이는 러시아를 한자어로 '아라사(俄羅斯)'라고 표현했기 때문이에요. '파천(播遷)'이란 난리를 피해 왕이 거처를 옮겼다는 뜻이고요.

◇나라 이름을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꾸다

이때부터 거의 1년간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렀어요. 일본군은 러시아공사관 앞에 대포까지 끌고 와 무력시위를 하며 고종이 궁궐로 돌아가도록 협박했지만, 고종은 끄떡도 하지 않았지요. 그 사이 조선 조정에는 친일파 대신 친러파, 즉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는 인물들이 들어왔고요.

그러던 차에 독립협회와 백성의 호소가 이어지자, 고종은 1897년 2월 20일 러시아공사관에서 나와 궁궐로 향했어요. 고종이 향한 곳은 경복궁이 아니라 러시아공사관과 가까운 경운궁(慶運宮·덕수궁의 원래 이름)이었지요. 궁궐로 돌아온 고종은 왕과 왕실의 권위가 바로 서며, 조선이 남의 지배나 간섭을 받지 않는 나라가 되길 바라며 큰 결단을 내려요. 그해 10월 12일에 황제 즉위식을 치르고,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大韓帝國)'으로 바꾼 것이에요. '대한'은 위대한 한민족이란 뜻으로, '한'은 삼한(三韓) 시대부터 쓰인 우리나라의 고유 이름이기도 해요. '제국'은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라는 뜻이고요. 고종은 다음 날인 10월 13일에 이를 선포하여 전국에 널리 알렸어요.

고종이 조선 대신 대한제국을 나라의 새 이름으로 선포한 것은 주변 제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정치·외교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가 남의 지배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주국가임을 천명하기 위해서였어요. 또한 대한제국을 선포한 즉시 '광무개혁'을 발표하여 황제의 권한을 강화하고, 나라의 산업을 발전시켜 근대화를 이루고자 했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제국은 일제에 의해 1910년 8월 29일 강제로 주권을 빼앗기고 말아요. 13년 남짓한 짧은 역사였지요. 대한제국역사관은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자주국가의 모습을 갖추고자 한 고종 황제의 꿈과 안타까운 대한제국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은 조선시대 5대 궁궐이에요. 임금이 살던 궁궐은 우리 역사와 문화, 혼이 담긴 곳이지만, 명성황후가 시해된 경복궁, 수많은 전각이 훼손되고 동물원과 식물원이 되었던 창경궁 등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해요. 각 궁궐에는 어떤 역사의 흔적이 새겨져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세요.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감수=임학성 | 교수(인하대 한국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