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00년부터 서기 300년경까지 한반도 남쪽에 자리한 마한·진한·변한
철기 사용해 농업 크게 발달시켰어요
하늘·땅·물을 오가는 오리 같은 새가 신과 사람 사이를 잇는 존재라 여겨
요즘 서울 송파구의 석촌호수가 오리를 구경하러 온 어린이들로 북적인다고 해요. 얼마 전부터 석촌호수에 높이 16.5m, 무게는 1t이 넘는 '러버덕'이라는 이름의 초대형 고무 오리가 전시되었거든요. 이번 전시와 더불어 작은 러버덕 인형까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먼 옛날 삼한(三韓)에 살던 우리 조상도 오리 모양 그릇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나요? 삼한은 과연 어떤 시대였으며, 삼한 사람들이 왜 오리 모양 그릇을 만들었는지 궁금하지요?
◇삼한시대 무덤에 함께 묻힌 오리 모양 그릇
서기 200년 무렵, 한반도 남쪽 오늘날의 낙동강 주변 지역에 살던 사람이 재미있는 모양의 토기를 만들었어요. 겉모양은 오리처럼 생겼고, 내부는 그릇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기였지요.
"자네, 왜 그런 이상한 모양의 그릇을 만들었나? 그릇은 그냥 둥글넓적하고 움푹한 모양이면 될 텐데."
"자네는 이 그릇이 어떤 모양으로 보이나?"
"그야 부리와 날개, 꽁무니 모양을 보니 새의 한 종류겠지. 내 눈에는 물가에 흔히 사는 오리처럼 보이는데?"
"그래? 그러면 되었네! 이 그릇은 내가 죽으면 무덤에 함께 묻으려고 만든 것이라네."
"무덤에 오리 모양 그릇을 함께 묻는다고? 왜 하필 오리 모양 그릇을?"
"그야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한반도 중남부에 여러 부족이 모여 이룬 나라
서기 200년 무렵은 낙동강 주변 지역에 변한(弁韓)이라는 나라가 있을 때였어요. 변한은 변진(弁辰)이라고도 불렸지요.
▲ 그림=이창우
기원전 100년경,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00여년 전 고조선이 만주와 한반도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세력을 펼칠 때, 한반도 남쪽에도 사람들이 부족을 이루어 살았어요. 그들을 한반도에서 옛날부터 살아온 민족이라 하여 '한족(韓族)'이라고 부르지요. 그 부족들은 크게 세 개의 나라를 이루어 각자 세력을 키웠는데, 그 세 나라의 이름이 바로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이에요.
한반도 중남부에 형성되었던 삼한의 위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54개의 크고 작은 부족이 모여 만들어진 마한은 경기도 일부 지역부터 충청도, 전라도 지역에, 각각 12개 부족이 모여 만들어진 진한과 변한은 경상도 일대에 자리했던 것으로 짐작하지요. 이 세 나라를 합쳐 '삼한'이라고 부르고요. 또한 당시 삼한을 이룬 78개 부족은 각각 정치적 독립을 이루고 있었다고 해요.
◇철로 된 농기구와 저수지 사용해 농업 발달
삼한시대는 한반도 중남부 지방에서 마한·진한·변한이 세력을 펼치던 시대를 말해요. 대략 기원전 100년부터 300년경까지의 시기이지요. 이 시기를 삼국시대의 뿌리가 된 시기라는 뜻으로 '원삼국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 인류의 역사를 크게 '선사(先史)시대'와 '역사(歷史)시대'로 구분해요. 선사시대는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대를 말합니다. 즉 유물과 유적을 통해서만 그 시대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지요. 역사시대란 문자로 쓰인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과거를 말하고요. 삼한은 비록 일부분이나마 문자 기록이 남아 있어 역사시대로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넘어가는 매우 중요한 시기랍니다.
유물이나 유적, 또는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역사 기록에 따르면, 삼한 사람들은 한반도의 기름진 땅 주변에 살며 농업을 크게 발달시켰어요. 청동기 문화에 이어 철기 문화를 받아들이며 철로 만든 농기구를 사용했지요. 여러 저수지를 만들어 기름진 한반도 남부 지역을 더욱 농사짓기 좋은 땅으로 가꾸었고요.
◇새를 특별한 존재로 여긴 삼한 사람들
삼한을 이룬 여러 부족은 '신지(臣智)' '견지(遣支)' '읍차(邑借)' 등의 칭호를 가진 족장이 다스렸어요. 그런가 하면 부족에서 한 사람을 뽑아 제사를 주관하게 하였는데, 그 사람을 '천군(天君)'이라고 불렀지요. 천군의 지도 아래 매년 5월과 10월에 하늘이나 그들이 믿는 신에게 제사를 지냈어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三國志 魏書 東夷傳)'이라는 중국 역사책에 기록된 변한의 풍속을 살펴보면, "장례에 큰 새의 깃털을 사용하는데, 이는 죽은 자가 날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는 내용이 있어요. 즉 변한 등 삼한 사람들은 새가 하늘의 신과 땅에 사는 사람을 연결하는 존재라고 생각한 것이에요. 특히 그중에서도 오리는 하늘과 땅뿐 아니라 물에서도 사는 새이지요.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오리 같은 새가 영혼과 함께 강이나 바다를 건너서 하늘 높이 날아올라 더 좋은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준다고 여겼답니다. 오리 모양 토기는 이러한 삼한 사람들의 신앙이 표현된 물건이고요. 이제 삼한 사람들이 왜 오리 모양의 토기를 만들었는지 알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삼한 유적지에서는 민무늬토기, 김해토기 같은 유물과 조개 더미 유적 등이 발견되었어요. 철제 도끼나 철제 무기 등도 출토되어 철기 문화 확산을 보여주고요. 삼한의 역사를 보여주는 주요 유적지와 출토 유물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삼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상상하여 보세요.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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