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해, 천간·지지 결합한 '간지 '61년째 되는 해 다시 만나게 돼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환갑잔치… 평균수명 짧았던 과거에는 만 60세 이상 살면 축하받았어요
최근 대한노인회라는 단체에서 노인 연령의 기준을 올리자는 의견을 냈어요. 노인의 법정 연령 기준을 현행 만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는 것이지요. 대한노인회는 국내 노인의 인구가 많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 복지 비용 역시 늘어나자 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이런 의견을 냈다고 해요. 현재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지하철과 전철 교통비가 무료이며 KTX·새마을호 열차·여객선 요금 할인 등 교통비 혜택이 제공되고 있어요.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고요. 그런데 노인의 법정 연령이 왜 60세, 70세가 아니라 65세가 된 것일까요?
◇다른 나라 사례
1871년, 유럽 프로이센 왕국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독일 연방의 여러 주(州)를 통일하여 독일 제국을 탄생시켰어요. 그 뒤로 비스마르크는 독일 제국의 재상으로 있는 동안에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여러 세력과 맞서야 했지요. 그 세력 중에 노동자 계층이 중심이 된 사회주의 정당이 있었어요. 비스마르크는 이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사회주의진압법이란 것을 만들어 사회주의와 관련된 집회와 출판을 금지했어요. 반면에 사회주의 세력에서 주장했던 복지 제도를 받아들여 사고·질병·노령 등의 사회보험제도를 실시했지요. 사회보험제도를 실시한 것은 사회주의 정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사회주의 세력을 약하게 하려는 목적에서였어요. 이때 비스마르크가 실시한 사회보험제도에서 노령연금 받을 수 있는 나이를 65세로 정했어요. 당시 독일 남성 노동자들의 평균 수명이 50살도 안 되었다고 해요.
▲ /그림=이창우
이후 UN에서도 이 기준을 받아들이면서 국제적으로도 65세가 노인 연령의 기준이 되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에 노인 관련법을 제정하면서 자연스럽게 65세를 기준으로 삼게 된 것이고요.
◇환갑 나이가 노인 나이의 기준?
우리나라에서 65세로 노인 연령의 기준을 정하기 전에는 일반적으로 만 60세부터를 노인으로 여겼어요. 만 60세를 노인 연령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만 60세가 환갑이 되는 나이이기 때문이에요.
환갑은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이에요. 천간(天干)이라고 부르는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 10가지에, 지지(地支)이라고 부르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 술(戌)·해(亥) 이렇게 12가지를 각각 하나씩 맞추어 결합하면 60개가 나와요. 이를 육십갑자라 하는데 해에 붙이면 60년마다 같은 이름의 해가 오는 것이지요. 따라서 61년째 되는 해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해의 천간과 지지를 결합한 간지(干支)를 다시 만나게 돼요. 이를 기념해 61세가 되는 생일을 환갑이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환갑의 환(還)자 대신에 회(回)라는 글자를 써서 회갑(回甲)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두 글자 모두 되돌아온다는 뜻이에요.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환갑잔치
▲ /그림=이창우조선시대에는 집안 어른이 환갑을 맞으면 자손들은 이를 무척 기쁘게 여겼어요. 환갑 즉 61세라는 나이를 맞는다는 것은 당시로써는 장수했다는 뜻이었거든요. 그래서 집안에서 큰 잔치를 베풀었지요. 풍성하게 환갑 상을 차리고 친척들을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을 초대하여 집안 어른의 61세 맞는 생일을 함께 기념하며 축하를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 환갑을 기념한 것은 고려시대 때부터라고 보고 있어요. '고려사'라는 역사책의 충렬왕 22년인 1296년 기록에 왕이 환갑을 맞이했다는 기록이 나오거든요. 효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던 조선시대에는 환갑날에 부모님께 잔치를 베풀어 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했고요.
내년은 자의대비의 회갑이 되는 해입니다. 민간의 미천한 백성도 부모의 회갑이 되면 술을 거르고 음식을 장만하여 친족을 모아 축하하니, 이는 인정상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중 숙종 때의 기록이에요. 왕실은 물론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환갑잔치가 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칠십 해 인생은 예로부터 드문 일'
환갑을 지나 70세가 되는 해의 생일에는 고희연이라는 잔치를 베풀었어요. 고희는 70세를 일컫는 말로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가 지은 시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시 중에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칠십 해 인생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네'라는 뜻이에요. 고래희(古來稀)가 예로부터 드물다는 말이지요. 이처럼 옛날에는 평균수명이 짧아 60, 70세까지 사는 것이 드문 일이며 큰 축하를 받을 일이었어요.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몇 세 정도였을까요?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수명은 46세 정도이며, 평민들의 평균수명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왕들보다 훨씬 짧은 35세 정도로 짐작해요. 1970년만 해도 한국인 평균 수명은 62세였고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겨우 4% 남짓에 불과했대요. 그러니 노인 복지에 대한 부담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요. 그러나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인 평균수명은 81.44세이며 2015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66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하고 있대요. 그래서 노인 연령의 기준을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진 것이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조선시대 임금 중에 가장 오래 산 왕은 누구일까요? 그 왕의 장수 비결을 알아보아요. 또한 옛날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오늘날에 비해 왜 그렇게 짧았을까요? 그 이유도 생각해보아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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