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제노비아
▲ 3세기경에 있었던 팔미라 제국의 여왕인 제노비아. /Corbis 토픽이미지이달 초 유엔은 이슬람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팔미라의 고대 유적인 벨 신전을 파괴했다고 밝혔어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은 이슬람국가의 문명 파괴를 '반달리즘'이라며 비난했지요. 그러면서 세계인의 관심이 시리아의 고대 도시 유적인 팔미라로 쏠렸죠.
팔미라는 수천 년 전부터 중동의 사막을 오가는 상인들이 쉬어가는 오아시스같은 곳이었어요. 그러다 약 2000년 전쯤 로마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크게 발전했어요. 로마와 인도, 중국을 연결하는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팔미라에 더욱 많은 상인이 몰려들었거든요. 이들을 위한 숙소와 신전들, 넓은 도로와 원형 극장까지 만들어지면서 팔미라는 거대한 고대 도시가 되었답니다. 이렇게 힘이 커지자 팔미라는 로마로부터 독립하고 이집트를 정복하는 등 막강한 고대 국가로 거듭났어요. 이 일을 이룬 사람이 바로 팔미라의 전설적인 여왕 제노비아입니다.
팔미라에서 태어난 제노비아는 짙은 피부에 하얀 치아를 가진 아름답고 똑똑한 여인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남자처럼 꾸미고 말을 타거나 사냥하는 것을 즐겼다고 해요. 거기다 유명한 시인이나 학자들을 초청해 여러 나라 말을 자유롭게 쓰면서 토론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지적인 제노비아는 팔미라의 왕이었던 오데나투스의 아내가 되죠. 이때까지도 팔미라는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지요.
하지만 오데나투스가 죽고 제노비아의 어린 아들이 왕위를 이어받으면서 상황은 달라졌어요. 어린 아들을 대신해서 팔미라를 다스리게 된 제노비아가 당시 로마 땅이었던 이집트를 공격했거든요. 제노비아는 로마가 임명한 이집트의 총독을 죽이고서는 스스로 이집트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269년 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로마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새롭게 로마의 황제가 된 아우렐리아누스가 대군을 거느리고 팔미라를 공격했거든요. 제노비아는 '용사 여왕'이라는 별명처럼 항복을 거부하고 끝까지 싸웠어요. 처음에는 몇 차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결국 강력한 로마군에게 패배하고 맙니다. 273년, 팔미라 제국의 짧은 역사도 끝을 맺고 말았습니다.
제노비아와 아들은 사로잡혀 로마로 끌려가게 되었어요. 아들은 로마로 가는 길에 죽었고, 제노비아는 아우렐리아누스의 개선 행진과 함께 끌려 왔다고 해요. 그렇다면 제노비아의 최후는 어떠했을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처형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제노비아의 매력에 반한 아우렐리아누스 황제가 그녀를 풀어주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로마의 공격으로 팔미라는 폐허가 됐어요. 이후 이슬람교도들이 이곳에 도시를 세웠지만, 그마저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사라지고 말았지요. 그래도 몇몇 건물들과 거대한 돌기둥들은 여전히 남아서 먼 옛날의 영광을 보여주고 있어요. 특히 이곳에 남아 있는 건축과 조각들은 그리스, 로마뿐 아니라 지금 이란 지역에 있던 고대 국가인 페르시아의 영향이 혼합되어 뛰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주죠. 이번에 이슬람국가가 파괴한 벨 신전은 팔미라 유적 중 거의 유일하게 온전히 제 모습을 갖춘 건물이었어요. 그래서 세계인들의 아쉬움이 더욱 큰 것입니다.
[1분 상식] 반달리즘(Vandalism)이란 무엇인가요?
반달리즘은 고의로 문화재나 예술 작품들을 파괴하는 행위를 말해요. 5세기경 반달족이 로마를 점령하고 나서 그곳에 있던 신전이나 조각상 등을 마구 파괴한 일에서 유래하였지요. 반달족은 원래 동유럽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4세기 이후 스페인을 거쳐 북아프리카로 건너가 반달 왕국을 세웠어요. 그러고는 로마를 침략해서 한동안 점령할 정도로 힘이 세진 거예요. 하지만 대다수의 역사학자는 반달족이 특별히 더 많은 문화재나 예술 작품을 파괴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시 로마는 세력이 약해서 여러 민족의 침략을 받았는데, 사실은 모든 침략자가 로마 문화를 파괴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도 반달리즘은 문화재와 예술 작품을 파괴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구완회 작가 '재미있다! 한국사'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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