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당나라 현종이 처음 만들어 우리 역사엔 통일신라 때 첫 등장
고려 때 과거 시험 주관, 인재 등용… 노래 '한림별곡' 지었단 기록 있어
노벨문학상 선정한 스웨덴 한림원, 공식 명칭은 '스웨덴 학술원'이에요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이 선정되었지요? 밥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한 스웨덴 한림원 측은 "(밥 딜런이 쓴 가사는) 미국 음악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지요. 그런데 밥 딜런이 스웨덴 한림원의 연락을 받지 않자 한림원의 한 학자가 "밥 딜런의 행동은 무례하고 오만하다"고 비난해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결국 지난 28일 밥 딜런은 "영광스러운 상을 감사히 받아들인다"며 스웨덴 한림원 측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겠다는 뜻을 전했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어떤 곳일까요? 한림원에서 '한림'은 '깃털로 만든 붓'이라는 뜻의 '한(翰)'과 수풀을 의미하는 '림(林)' 자가 합쳐진 말로, 문필가나 학자들이 모이는 곳을 일컫는 단어랍니다. 사실 '스웨덴 한림원'이 공식 명칭은 아니에요. 노벨 문학상을 선정하는 곳은 스웨덴 학술원(The Swedish Academy)이고, 노벨 물리·화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 과학 학술원(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에서 선정합니다.
아마 두 기관을 통틀어 '한림원'이라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서양에서는 한림원이라는 단어는 없답니다. 그럼 '한림원'이란 말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우리 역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해요.
◇고대 중국에서 처음 등장했어요
'한림'이라는 말은 고대 중국에서 처음 사용했던 말입니다. 한림원도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기관이었지요. 중국 당나라의 황제 현종이 문장을 잘 쓰는 학자나 의술과 역술에 능한 장인, 음악가 등 예술에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처음으로 한림원을 세웠답니다.
현종은 황실과 나라의 문화·예술 사업과 역사서 편찬 등의 학술 활동을 한림원이 총괄하도록 했어요. 두보와 더불어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존경받는 이백도 이 당시 한림원의 학사를 지냈지요.
중국 명나라 때 한림원은 과거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인재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림원에 속한 학자 대부분은 황제가 내린 명령을 문서로 정리하는 일과 황실 사람들을 교육하는 일을 맡았어요. 유교경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하거나 백과사전을 편찬하는 것도 한림원 학자들의 일이었지요.
◇과거 관장하고 노래도 지었어요
우리 역사에는 한림원 대신 '한림대(翰林臺)'라는 것이 통일신라 때 처음 등장했어요. 삼국시대 신라에서는 임금의 말과 명령을 글로 짓는 일을 맡은 관리들을 '상문사'라고 불렀는데 성덕왕 때 이 명칭을 '통문박사'로 바꾸었어요. 그리고 경덕왕 때 중국 당나라의 한림원을 본떠 통문박사를 한림대로 고쳐서 부른 것이죠.
▲ 그림=정서용
한림원이라는 명칭은 고려 현종 때 처음 등장합니다. 당시 임금의 말과 명령을 글로 작성하는 '원봉성'이라는 관서가 있었는데, 이곳의 이름을 학사원으로 고쳤다 다시 한림원으로 바꾸었지요.
고려의 한림원에도 주로 학자들이 머물렀는데, 과거 시험을 관장하는 '지공거'로서 우수한 관리를 뽑는 일도 이들의 몫이었어요. 그래서 당시 문신들은 한림원에서 일하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겼답니다.
'고려사'에는 고려 때 공연된 음악과 그 가사도 기록되어 있는데, 고려 고종 때 한림원에 있던 여러 학자가 '한림별곡(翰林別曲)'이라는 경기체가를 지었다는 내용도 있어요. 한림원의 학자들이 단순히 공부만 한 게 아니라 음악과 가사를 짓는 문화·예술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는 걸 미루어 볼 수 있어요.
◇두 나라의 한림원에서 일한 이색
이색은 고려 말의 문신이자 학자로 훗날 조선의 중심 학문이 된 성리학의 도입과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에요. 이색은 당시 원나라가 지배하던 중국 북경으로 유학을 가 국자감에서 공부한 뒤 원나라의 한림원 관리로 등용되어 4년간 일을 했답니다.
이후 고려로 돌아온 이색은 당시 '예문관'으로 이름을 바꾼 고려의 한림원에도 등용되어 정몽주와 정도전, 하륜과 같은 쟁쟁한 학자들을 길러내었어요. 더불어 고려 사회에 만연하던 불교의 폐단을 해소하고 나라를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개혁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요. 그 공로로 이색은 고려의 교육을 총괄하는 대제학이라는 관직에 올라 학자로서 최고의 지위와 명예를 누렸다고 합니다.
☞오늘날 한림원은?
최근에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등 각 분야의 우수한 학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나 기관에 ‘한림원’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과학기술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학자들로 이루어진 모임이에요. 이 모임의 회원이 되려면 심사를 통해 학문적 우수성을 인정받아야 한답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학계와 산업계, 국가기관 등에서 공학 기술 발전에 큰 공적을 세운 공학 기술인들을 우대하기 위한 학술 연구 기관이에요. 공학 기술과 관련된 연구를 지원하고 국제 교류 및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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