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당 '쇠뇌' 분쟁]
최근 사드 문제로 한·중 갈등 고조… 당나라와 신라는 쇠뇌 두고 마찰
사거리 긴 활 '쇠뇌' 탐낸 당나라, 신라 기술자 데려가 무기 제작 협박
구진천, 재료·습기 핑계대며 쇠뇌의 비밀 끝까지 지켰어요
우리 정부가 사드(THAAD) 배치를 추진하면서 국내외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요. 특히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요.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 미사일을 막기 위해 사드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정부는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까지 탐지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요.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과 화장품 등을 겨냥해 경제적 보복 조치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는 우호와 갈등을 반복해왔어요. 고대 신라는 중국 당나라와 동맹을 맺어 백제와 고구려를 물리치고 삼국을 통일하였지요. 하지만 통일 직후에는 당나라가 심한 간섭을 하면서 갈등 관계로 돌아섰어요. 최신 군사 장비인 사드를 두고 한·중이 갈등을 겪듯이 당나라와 신라도 첨단 무기를 두고 갈등을 빚었답니다. 과연 어떤 무기가 두 나라의 충돌을 부른 것일까요?
◇당나라가 탐낸 첨단 무기 '쇠뇌'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활을 아주 잘 쏘았어요.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이름도 '활을 잘 쏜다'는 의미를 갖고 있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도 명궁으로 유명했지요. 이는 산지가 많은 한반도의 지형과 관련이 깊어요. 산이 많으면 산성을 쌓고 활을 쏘아 적을 쉽게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좋은 활을 만들고 활쏘기를 익히는 데 집중했답니다.
당나라는 신라에서 만든 '쇠뇌'라는 활을 아주 탐냈어요. 쇠뇌는 다른 말로 '노'라고도 부르는 데 기록에 따르면 1000보(步·1보는 한 걸음 정도의 거리) 거리에 있는 적도 맞출 정도로 사거리가 길었다고 합니다. 쇠뇌를 탐낸 당나라 황제 고종은 고구려가 멸망하자 신라에 사신을 보내어 "쇠뇌를 만드는 기술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어요. 고구려·백제와 전쟁을 벌이느라 국력을 소비한 신라는 강대했던 당나라의 요구를 물리치기 어려웠답니다. 어쩔 수 없이 쇠뇌를 만들던 구진천이라는 기술자를 당나라로 보냈지요.
▲ 그림=정서용
당나라에 간 구진천은 고종의 명령을 받고 쇠뇌를 만들어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쇠뇌의 성능이 형편 없었어요. 1000보 이상 날아가야 할 화살이 고작 30보 정도 날아간 것이죠. 화가 난 고종이 "쇠뇌는 원래 1000보를 날아간다고 하는데 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구진천은 "활의 재료가 불량해서 그런 것 같으니 신라에서 재료를 가져온다면 잘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답했어요.
고종은 다시 신라로 사신을 보내어 "쇠뇌를 만들 나무를 바치라"고 요구했고 이번에도 신라는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바쳤어요. 고종의 독촉을 받은 구진천은 신라에서 온 나무로 다시 쇠뇌를 만들었어요.
다시 만든 쇠뇌는 이전보다 성능이 나아지긴 했지만 화살이 고작 60보를 날아갈 정도로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이었어요. 화가 난 고종이 길길이 날뛰었지만 구진천은 "나무가 바다를 건너오며 습기를 머금은 탓인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어요.
구진천이 일부러 쇠뇌를 제대로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한 고종은 "엄한 벌을 받고 싶지 않으면 어서 제대로 된 쇠뇌를 만들라"고 위협했지만 이후에도 구진천은 신라의 쇠뇌만큼 뛰어난 쇠뇌를 만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사 기록에 나와있지 않지만 아마도 구진천은 신라를 위한 충정으로 쇠뇌 기술을 당나라에 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당나라가 쇠뇌를 갖게 될 경우 신라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나·당전쟁과 삼국 통일의 완성
그런데 당나라는 왜 신라의 쇠뇌를 탐냈던 것일까요? 신라와 동맹을 맺고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는 요동 지방은 물론 백제 지역까지 자신들이 차지할 속셈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들이 거세게 저항하면서 계획이 틀어지자 당나라의 활보다 월등히 뛰어난 쇠뇌라도 받아내려 한 것이죠.
신라는 결국 전쟁을 벌인 뒤에야 당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 완전한 삼국 통일과 독립을 이룰 수 있었어요. 670년 고구려 부흥 군과 손을 잡은 신라가 요동에 있던 당나라 군을 공격하면서 나·당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6년간 이어진 전쟁은 신라가 매소성과 기벌포에서 당나라 군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면서 끝을 맺었지요. 나·당 전쟁에서도 신라의 명품 무기 쇠뇌는 당나라 군을 물리치는 데 큰 힘을 보태었다고 합니다.
☞사드(THAAD·Terminal HighAltitude Area Defense)
사드는 ‘고고도(高高度) 미사일 방어 체계’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말로 적이 쏜 미사일을 지상 40~150㎞ 상공에서 폭파시켜 막아주는 시스템이에요. 적이 언제, 어디에서 미사일을 쏘았는지를 탐지하는 레이더와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요격 미사일을 갖추고 있어요. 사드는 600~800㎞ 떨어진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고 지상 100㎞에서 적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습니다.
윤형덕 하늘고 역사 교과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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