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에 설탕을 녹여 소다를 넣고 저으면 부풀어 오른다. 청소용 베이킹 소다를 넣어도 부풀어 오를까? 실제로 해보았다. 역시나 되었다. 맛도 똑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달고나 뽑기를 만들 때 넣는 식용 소다나 찌든 때를 닦을 때 쓰는 베이킹 소다나 똑같은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베이킹 소다는 밀가루 반죽을 부풀리려고 제빵(Baking)때 넣는 소다다. 이 소다가 최근 청소에 대량 사용되면서 베이킹은 클리닝이라는 말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물론 청소용 베이킹 소다는 일반생활화학 제품이므로 식품 소다와 위생 정도가 다르게 생산돼 먹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식용이나 청소용이나 모두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이다. 알칼리성이라 제산제 등 약품으로 판매되는 소다도 마찬가지다. 나트륨-수소-탄소-산소로 이루어진 이 화학물질의 주체는 나트륨이다. 수소가 없는 탄산나트륨(Na2CO3)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걸로 탄산수로도 불리는 소다수를 만든다. 나트륨과 소다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소다(soda)는 우리말도 한자어도 아니다. 고대 로마나 아랍에서 비슷한 발음으로 쓰이던 서양어였다.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잿물이라 양(洋)잿물로 불렸던 수산화나트륨(NaOH)은 세제가 없던 시절에 탁월한 세탁효과를 발휘했다. 나트륨-산소-수소로 이루어진 이 가성(苛性)소다에서도 주체적 원소는 나트륨이다. 이 나트륨은 소다에서 온 단어인 소디윰, 즉 소듐과 똑같은 원소이다.
그러니 탄산수소나트륨을 탄산수소소듐, 탄산나트륨을 탄산소듐, 수산화나트륨을 수산화소듐이라 불러도 된다. 장난기로 재밌는 농담 삼아 맛소금의 영문 이니셜이 MSG라던데… 원래는 20종류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에 하나의 소듐이 붙은 Mono-Sodium Glutamate의 약자다. C5H8NO4Na다. 나트륨이 끝에 하나 붙었다.
유해한 인공 합성 화학 조미료라는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모두 화학물질이다. MSG도 화학물질로 인간이 자연 발효시킨 조미료다. 이를 발명한 이케다(池田菊苗 1864~1936)는 왜? 이름을 지을 때 MNaG라고 하지 않고 MSG라고 했을까? 당시 일본에서도 소듐보다 나트륨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였을 때다. 나트륨(Natrium)이라 했다면 그 이니셜인 N은 질소의 원자기호이기에 MNG라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MNaG라고 하자니 이상했다. 그래서 나트륨과 똑같은 소듐(Sodium)을 넣어 MSG라고 명명했을 것 같다.
모노 소듐(나트륨) 글루탐산인 MSG는 제5의 맛인 감칠맛을 낸다. 글루탐산 만으론 신맛이겠다. 그러나 나트륨, 즉 소듐이 하나 붙어 감칠맛을 내다니? 회색 진흙처럼 보이는 알칼리 금속인 나트륨은 매우 위험한 화학물질이다.
나트륨을 물에 넣으면 폭발한다. 원자번호 11번인 나트륨, 즉 소듐은 최외각 전자 한 개를 다른 원자나 분자들한테 쉽게 금방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응성이 유난히 크다는데 도무지 이해 불가한 현상들이 많다.
어째 소듐이 물과 결합해선 폭탄처럼 되고, 탄소-수소-산소와 결합해선 식용 청소용 약용 소다가 되고, 글루탐산과 결합해선 감칠맛을 내는 MSG가 되고, 염소와 결합해선 생명에 필수인 소금이 될까? 과학 화학을 넘어 요술 마술이 작동하는 듯싶다. 인크레더블 소디윰! 서프라이징 나트륨! 믿기 힘든 놀라운 소듐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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