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66] 또 등장한 ‘옥새’
몇 년 전 한 정당의 대표가 결재 권한이 있는 도장을 들고 사라져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다. 당시의 네티즌들은 도장 지니고 튄 행위를 ‘옥새 런(run)’이라 부르기도 해 역시 큰 화제였다.
그 ‘옥새(玉璽)’는 사실 일반명사가 아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이 만든 나라 도장, 즉 국새(國璽) 이름이다. 그에 앞서 춘추전국시대를 통해 내려왔던 권력의 상징이 사라지자 그가 유명한 옥돌을 재료로 삼아 만든 도장이다.
진시황 이전 중원 지역 통치 권력을 상징했던 물건은 이른바 구정(九鼎)이다. 여기서 ‘정(鼎)’은 발 셋 달린 청동기 솥을 가리킨다. 주(周)나라 이후 통치 권력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쓰였다고 한다. 솥이 아홉 개여서인지, 아니면 솥 하나에 중국을 일컬었던 구주(九州)의 정보를 새겨 얻은 이름인지는 확실치 않다.
옥새는 달리 전국옥새(傳國玉璽)라고도 적는다. 통치의 정당성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진시황 이후 등장한 왕조의 권력자들은 이 도장을 손에 넣고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구정과 함께 옥새 또한 지금까지 종적을 감추고 있다.
이후 등장한 중국의 왕조 권력자는 용(龍)의 이미지를 즐겨 사용했다. 용포(龍袍), 용의(龍椅) 등 황제만이 사용하는 물건이나 그림 등으로 말이다. 불가(佛家)의 의발(衣鉢), 일반 민가의 족보(族譜)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정통(正統)이자 적통(嫡統)임을 알리려는 소품이다.
중국인 의식에 깊이 새겨진 ‘정통 콤플렉스’다. 최근 공산당 최고 권력자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시도한 ‘역사 결의(決議)’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흐름을 제 입장에서 해석해 정통성을 확보함으로써 향후의 연임 기반을 다지기 위함이다. ‘옥새’가 그렇게 또 등장한다. ‘지배와 복속’이라는 전제(專制)의 틀이 이어지는 중국의 변치 않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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