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과 할로젠은 뭔 연관이 있을 듯싶다. 그러나 발음만 비슷할 뿐 연관이 없는 듯하다. 어원이 서로 전혀 다른 것 같다. 할로윈(Halloween)은 11월 1일 전날 밤에 모든 성인(Hallow)들의 유령을 기리는 켈트족 축제다. 할로젠은 고대 그리스어로 염(Halos)을 만드는(gene) 화학물질이다. 불소(弗素)인 플로린(Fluorine), 염소(鹽素)인 클로린(Chlorine), 취소(臭素)인 브로민(Bromine), 옥소(沃素)인 아이오딘(Iodine)이다. 접미어가 모두 ‘ine’이다. 주기율표에서 17족에 속하는 이들 할로젠 원소들은 최외각 전자가 7개다. 전자 하나를 더 얻어 8전자가 되고파 반응하려는 녀석들이다. 원자상태에선 무색이지만 분자상태에선 고유의 색이 있다. 담황색 플로린, 황록색 클로린, 적갈색 브로민, 흑자색 아이오딘이다. 할로젠 전구가 예쁜 색깔을 띠는 이유다. 이들 중 플로린과 클로린에 관해선 할 말이 많다.
플로린(F)은 불소다. 인간은 철을 제련할 때 철광석에 불소가 들어 있는 형석(螢石)을 넣으면 녹는 점이 낮아져 철이 쉽게 흐른다(Flow)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잘 흐르게 하는 물질이라는 뜻에서 플로린이라 불렀다. 일본인들은 플을 음차하여 불(弗)을 써서 불소라 했다. 중국인들은 불(氟)이라 쓴다. 불소는 상온에서 기체다. 이 기체를 얻는 과정에서 여러 화학자들이 불소 순교자가 되었다. 드디어 앙리(Henri Moissan 1852~1907)가 불소 기체 분리에 성공했다. 이에 1906년 노벨 화학상을 받지만 불소가 눈에 들어가 실명했었다. 그만큼 위험하다. 하지만 강한 피막을 형성하기에 충치예방을 위한 치약, 프라이팬을 코팅하는 테프론, 물을 튕기는 옷감인 고어텍스, 액체를 흡수하지 않는 종이컵에 불소가 있다. 냉매로 쓰였던 프레온이나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불화수소도 불소화합물이다. 물에 녹으면 불산이 되는 불소의 유해성에 대해 아직 논란 중이다.
염소(Cl)는 나트륨과 결합해 소금이 된다. 할로젠은 소금인 염(鹽)을 만드는 화학물질이란 뜻이다. 그러니 할로젠을 대표하는 원소는 염소다. 일본인이 지은 이름이다. 중국인들은 염소기체가 녹(綠)색이기에 녹(氯)이라 쓴다. 녹색을 뜻하는 클로로(Chloro)에서 온 클로린에 맞는 작명이다. 우리 몸에 염소가 없으면 소화를 시킬 수 없다. 위액인 위산은 염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염화수소가 물에 녹은 염산이라서다. 위에서 염산은 유해세균을 죽인다. 그 살균력으로 살충제를 만들었다.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라는 염소 화합물이다. 생명체와 생태계에 유해하여 사용 중지되었다. 1차 대전 때 염소는 독가스로 사용되었다. 식물을 말려 죽이는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에도 염소가 있다. 수돗물과 수영장 살균에도 쓰인다. 가장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염화비닐(Poly Vinyl Chloride), 즉 PVC에도 염소가 들어 있다.
불소와 염소 모두 위험한 독성 물질이지만 유용하게 쓰인다. 그러므로 불소와 염소가 들어간 화합물을 생산 사용하고 관리 처리하는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쓰레기 폐기 때 더욱 그러하다. 아무렇게나 버려진다면 부메랑이 되어 치명적 독성물질로 인간을 음습 기습 급습할지 모른다. 우리는 늘 위험한 세상에서 편안히 살고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위험사회! 딱 맞는 말이다. 겁날 만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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