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10년 먼저 왔다. 팝 음악에서도 1991년에 나온 너바나의 ‘Never Mind’ 앨범은 주류에 저항한 얼터너티브 록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다. 이 앨범에 ‘리튬(Lithium)’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에 리튬이란 말은 안 나온다. 정신질환자 넋두리 같은 외침만 나온다. 이 노래를 만든 코베인(Kurt Cobain·1967~1994)이 리튬 함유 약물을 복용해서 그런 제목이 나온 것 같다. 기분이 흥분되며 들뜨는 조현증과 위축되며 가라앉는 우울증이 번갈아 극과 극으로 왔다 갔다 하는 양극성 정신장애인 조울증(躁鬱症)에 왜 하필 리튬이 들어간 약물이 쓰일까? 그 정확한 약리작용은 미스터리하지만 리튬이라는 원소의 속성을 알면 얼추 짐작 가능하다.
수소와 헬륨 다음으로 원자번호 3번인 리튬은 가장 경미한 금속이다. 최외각 전자 1개를 쉽게 잃어 양(陽)이온이 되기에 가장 간편한 금속이다. 그래서 리튬은 전지(Battery)를 만드는 최우수 금속원소다. 전기를 연결해 충전하면 +양극에 있던 리튬 양이온은 -음극 쪽으로 딸려 간다. 워낙 덩치가 작기에 +극과 -극 사이 전해질과 분리막을 쉽게 통과한다. 특유의 작고 가벼운 몸으로 쉽게 이동한다. 전지를 사용하면 방전되어 리튬 양이온은 양극 위치로 되돌아간다. 이때 리튬 원자에서 떨어져 나온 전자도 도선을 통해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 에너지로 핸드폰이 켜지고 전기자동차가 움직인다.
리튬 이온 전지는 1800년 볼타(Alessandro Volta·1745~1827)의 전지 발명 이후 191년이 지나 소니(Sony)에 의해 상용화에 성공한 2차 전지다. 1회용 1차 전지와 비교하여 전기를 꽂아 재충전할 수 있는(Rechargeable) 전지라 2차 전지다. 전지(電池) 역사에서 2차로 도약한 해도 1991년이다. 2차 전지 없이는 핸드폰도 전기자동차도 없다. 2차 전지의 성능을 더욱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은 핸드폰에 들어가는 그것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한정된 희귀 자원인 리튬의 확보가 중요해졌다. 물과 잘 반응하는 리튬이기에 습한 지역에는 녹아서 없다. 우리나라에도 없다. 건조한 사막지대에나 있다. 바다에서 리튬을 채집한다지만 채집 비용이 더 들어가면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구하기 쉽고 저렴한 나트륨이나 마그네슘 등으로 대체한다지만 리튬보다 우수한 소재이긴 힘들다.
에너지 과학자들은 리튬을 통한 2차 전지에 머물지 않고 3차 전지를 연구 중이다. 수소를 소재로 하는 연료 전지다. 4차 전지도 나올까? 희토류 금속들의 수요도 많아질 것이다. 리튬과 발음이 비슷한 원자번호 49번 인듐(Indium)도 희토류 금속원소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쓰인다. 수요가 늘어나는 리튬과 사정이 비슷하다. 다 써버려 지구에 남아있지 않다면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외계 행성에라도 쳐들어갈 기세다. 성욕 식욕처럼 물욕 본성을 가진 인간이라 부를 추구하는 인류문명은 멈춤이 없었다. 경제주의에서 생태주의로 패러다임 대전환이 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없다. 따라서 +와- 양극(兩極)을 왔다 갔다 하는 리튬 이온처럼 조현증과 우울증 양쪽 증세를 왔다 갔다 하며 치료한다는 리튬 수요도 늘겠다. 하도 급격히 문명 발달로 치닫는 시대다. 중심 잡으며 살아야 약 안 먹고 버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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