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5>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 먼 짝꿍

bindol 2021. 12. 31. 15:45

우리 몸에 마그네슘이 결핍되면 안면 떨림 증상이 온단다. 마그네슘은 인체 필수 무기질(Mineral)이다. 그런데 알루미늄 결핍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알루미늄 중독으로 뇌 인지장애 등 심각한 병을 일으킨다고 들었다. 결국 알루미늄은 인체 불필요 유해물이다. 왜 뭐가 어떻게 무기질과 유해물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

마그네슘(Magnesium)과 알루미늄(Aluminium)은 이름 끝에 ‘ium’이 붙으니 모두 금속이다. 중국어로도 마그네슘을 鎂, 알루미늄을 鋁라고 쓴다. 한자 왼쪽에 붙은 金은 금속을 뜻하는 부수이므로 둘 다 금속임에 틀림없다. 색깔도 은백색으로 같다. 그러나 둘은 서로 다르다.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 필요한 무기질이고, 알루미늄은 필요 없는 유해물이다. 그런데 마그네슘 원자와 알루미늄 원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 마그네슘(Mg) 원자번호 12번, 알루미늄(Al) 원자번호 13번이다. 양성자와 전자 개수 하나 차이다. 알루미늄을 중금속이라 하지만 따지고 보면 아니다. 대개 비중이 4 이상 될 때 중금속이라 하는데 알루미늄의 비중은 2.7밖에 안된다. 대표적 중금속인 납이나 수은의 비중은 모두 10이 넘는다. 그러니 알루미늄은 경금속이다. 중금속이 아닌데도 인체에 유해하기에 중금속으로 뭉뚱그려 포함시키는 거다.

왜 마그네슘처럼 가벼운 경금속인 알루미늄은 필수 무기질인 미네랄이 되지 못하는 걸까? 같은 족 원소인 위쪽 붕소(B)는 필수 무기질이고 아래쪽 갈륨(Ga)은 치명적 독성이 없다. 그런데 왜 알루미늄은 유해물일까? 과문(寡聞)하니 어디서 찾아보거나 알아볼 데도 없다.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원소의 특성만 따로 자세하게 설명하는 자료들만 많다. 그러니 혼자 곰곰이 생각하며 따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름 답변할 수 있겠다. 물론 정확한 정답은 아니라 가능한 해답일 뿐이다. 우리 몸은 가벼운 마그네슘에 친화적으로 진화한 게 아닐까? 그래서 마그네슘과 한 끗 차이 밖에 안 나는 알루미늄에 대해선 배척하는 쪽으로 진화한 게 아닐까? 12번 마그네슘과 너무 가까운 13번 알루미늄이라 그리된 게 아닐까? 알루미늄 대신에 마그네슘과 멀리 떨어져 있고 알루미늄보다 훨씬 무거운 중금속인 철이 필수 미네랄로 된 게 아닐까? 무뢰한(無賴漢)은 아니지만 문외한(門外漢)의 해석으로 헤아리면 좋겠다.

그렇게 알루미늄은 우리 몸으로부터 배척당했을지 모르지만 우리 실생활에는 편리한 소재로 널리 쓰인다. 가볍고 강하기에 최첨단 소재로도 쓰인다. 1800년대 초반 나폴레옹 시대 때만 해도 귀한 금속이었는데 알루미늄 화합물로부터 알루미늄을 추출하는데 성공해 흔해진 이후다. 알루미늄은 지구표면에 철보다도 많다. 가장 많은 금속이다. 마그네슘이 그리스의 마그네시아 지역으로부터 온 이름이라면 알루미늄은 백반(白礬)으로도 불리는 명반(明礬)인 알룸(Alum)으로부터 온 이름이다. 알룸이 흔한 만큼 알루미늄도 많다. 마그네슘 등을 섞어 두랄루민 등의 합금을 만들지만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은 가깝고도 먼 사이다. 같고도 다르다. 마그네슘이 결핍되지 않도록 섭생하여야 한다면, 알루미늄은 침입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에 모자라면 안 되는 마그네슘, 들어오면 안 좋은 알루미늄! 정말 대충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어쩔꼬? 골고루 먹되 깐깐히 먹자.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