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1] 제갈량식 리더십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뭇사람들의 숭앙을 받는 인물 하나는 제갈량(諸葛亮)이다. 특히 그의 ‘출사표(出師表)’가 퍽 유명하다. “이 글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는 충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다. 자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코자 출병(出兵)하는 이유를 간곡하게 적어 촉한(蜀漢)의 당시 황제 유선(劉禪)에게 올린 글이다. 앞뒤로 두 차례에 걸쳐 냈다고 알려져 있다. 두 글에 겹쳐 나오는 글자 중 ‘궁(躬)’에 눈길이 간다.
앞 출사표 중 “신은 본래 평민으로 남양에서 몸소 농사를 짓다가(臣本布衣, 躬耕於南陽)…”라는 대목과 뒤 출사표의 “죽을 때까지 온몸을 다 바치겠다(鞠躬盡瘁, 死而後已)”는 내용이다. 따라서 ‘제 몸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하다’라는 뜻의 글자가 ‘궁’이다. 소설 속의 그는 ‘전쟁의 신(神)’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싸움에 나섰다가 줄곧 진다. 그 대신 진지한 행정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모든 일을 직접 챙겼던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제갈량의 캐릭터는 ‘궁’이라는 글자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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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正史)인 진수(陳壽)의 ‘삼국지(三國志)’는 그 정황을 “정치에 관한 일은 크건 작건 간에 다 제갈량이 결정했다(政事無鉅細, 咸於亮)”라고 적었다. 이로부터 ‘사무거세(事無鉅細)’라는 성어가 나왔다. 지나치리만큼 온갖 일을 챙긴다는 뜻이다. 서방의 한 언론이 작은 사안에도 열중하는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업무 스타일을 최근 중국 상황과 연관 지어 보도한 내용이 화제다. 일부 평론가들은 제갈량의 ‘사무거세’에 곧장 그를 견주기도 한다.
권한의 위임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 행정은 체증(滯症)에 시달린다. 개혁·개방의 퇴조(退潮)를 알리는 근간의 중국 상황이 그로부터 전혀 자유롭지는 않아 보인다. ‘리더십의 문제’도 요즘의 중국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할 낌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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