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別曲] [169] ‘헝다(恒大) 사태’ 문화심리학
‘좋다’ ‘아름답다’를 뜻하는 대표적 한자는 ‘미(美)’다. 양(羊)과 ‘크다’는 뜻의 대(大)가 합쳐진 글자다. ‘커다란 양’이 곧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꼴이다. 따라서 “뭐든지 커야 좋다”는 말이 자연스레 성립하는 곳이 중국이다.
땅도 대지(大地), 물도 대하(大河), 사람도 대인(大人)으로 적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냥 건물도 대하(大廈)로 부르고, 남의 이름은 웬만하면 대명(大名)이라 호칭한다. 군중이 모이면 바로 대회(大會), 그럴듯한 이벤트는 곧 대전(大典)이다.
그래서 큰 집, 큰 길거리, 큰 물건이 퍽 흔하다. 우선 수도 베이징(北京)의 두 상징인 왕조 시대 황궁 자금성(紫禁城)과 국가의 담 만리장성(萬里長城)이 단연 세계 최대다. 현대에도 세계 100대 고층 빌딩 중 중국 차지는 25%에 이른다.
기네스 기록 경신 열풍이 늘 가득한 곳도 중국이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4129㎏의 볶음밥, 274㎡ 크기의 사탕으로 만든 양탄자, 길이 30m 폭 6m의 케이크 등이 만들어져 기네스북에 속속 이름을 올리곤 한다.
크고 거창한 것에 대한 중국인의 집착은 이렇듯 별나다. 아예 “커야 좋다(以大爲美)”는 표현까지 나왔다. 크게 부풀려 공을 더 쌓으려는 취향은 호대희공(好大喜功)이다. 무분별한 확장을 경계하려는 뜻이 담긴 성어다.
큰 것을 향한 집착은 권력을 추구하는 심리다. 가능한 한 크게 짓고 만들어 남들을 누르려는 태도다. 존비(尊卑)와 등급(等級)의 관념이 짙게 밴 문화 토양이다. 전제(專制)의 틀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중국 사회 분위기다.
파산 직전인 최대 부동산 업체 헝다(恒大)의 이름이 마침 그렇다. 영원히[恒] 거창하리라고[大] 했지만 부채를 370조원 쌓아 위기에 부닥쳤다. 내실과 진정성을 결여한 발전 모델의 한계다. 중국 경제는 거기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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