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0] 중국 공산당 남녀상열지사
인류가 후대를 낳고 기르는 생육(生育)의 토대는 우선 남녀 사이의 결합이다. 그런 둘 사이를 대개 ‘정(情)’이라는 글자로 표현할 때가 많다. 서로 사랑을 나누는 남녀는 정인(情人)이나 정려(情侶)라고 한다. 연인(戀人), 애인(愛人)은 우리도 잘 쓰는 말이다.
그 둘이 나누는 대화는 정화(情話)다. 둘 사이를 오가는 연애편지는 정서(情書)다. 둘 관계를 가를지도 모르는 라이벌이 있으면 바로 정적(情敵)이다. ‘첫눈에 반하다’라는 말의 한자어 표현은 종정(鍾情)이다. 술잔이 술을 한데 모으듯이[鍾] 감정을 오롯이 쏟아붓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식 혼인의 틀 밖에서 벌어지는 남녀 관계도 많다. ‘몰래 하는 사랑’을 중국인들은 보통 투정(偸情)이라 적는다. 도둑이 물건 훔치듯이[偸] 은밀하게 벌이는 애정 행각이라는 맥락이다. 남녀 사이의 애정 표현이 솔직했던 고려시대 가요를 조선 사대부들이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고 폄하한 우리 사례도 있다.
남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는 일을 상중(桑中) 또는 상간(桑間)으로 적을 때도 있다. 뽕나무[桑]가 많았던 곳에서 일반 남녀의 만남이 잦았던 일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유장찬혈(逾墻鑽穴)이란 성어도 있다. 담을 넘어 연인을 만나거나, 구멍을 파서 상대를 바라보는 행위다.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 엘리트인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여성 테니스 선수와 벌인 불륜 행각이 폭로 한 달여 지난 뒤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공산당 간부의 성 스캔들이 빈번하지만 이번에는 워낙 급(級)이 높은 까닭이다.
가랑비에 옷젖고, 작은 개미구멍 때문에 천 리 둑이 무너진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 간부들의 ‘담치기’와 ‘천공(穿孔)’이 잦아지면 스스로 쌓은 거대한 담이 흔들릴 수 있다. 체제의 위기는 늘 안에서 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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