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수학 산책] 에어백·우주망원경에도 적용… 화성탐사 때에도 활용될 거래요

bindol 2022. 1. 18. 04:08

종이접기 기술

어린 시절 종이접기해 본 기억이 있을 거예요. 종이접기 방식은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돼요. 삼각형 모양으로 접혀 식탁 위에 놓인 냅킨이 떠오르네요. 원래 크기의 60분의 1로 접어 0.1초 만에 펴질 수 있도록 만든 자동차의 에어백도 종이접기 방식을 이용했고요.

종이접기는 수학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도 사용돼요. 학교에서 기하학을 배울 때 종이접기 방식을 이용해서 다양한 입체 도형을 만들어요. 그런 뒤 특성을 관찰하죠.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오늘날 수학자를 비롯한 학자들은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종이접기를 이용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우주 과학 분야가 있어요. 최근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반사경에도 종이접기 방식을 활용했어요. 육각형 거울 18개를 이어 붙여 지름 6.5m인 반사경을 만들고 이를 3등분으로 접어서 로켓 안에 넣은 거예요.

종이접기 방식을 우주 과학에 최초로 도입한 사람은 일본의 천체물리학자인 미우라 고료예요. 그는 우주로 쏘아 올릴 장치의 부피와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접기 기술에 주목했어요. 직사각형을 여러 번 접어도 면의 반대편 모서리를 잡아당기면 쉽게 펼쳐지는 방식의 종이접기 패턴을 개발했죠. 이를 '미우라 패턴'이라고 불러요. 1995년 이 방식으로 접은 태양열 전지판을 우주에 띄운 이후 우주 분야에 종이접기 기술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0년대 초반 종이접기 방식을 이용해 거대한 망원경 렌즈를 만들려고 했어요. NASA의 의뢰를 받은 캘리포니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 측은 접이식 대형 렌즈를 만들어 달라며 '종이접기의 거장'으로 불리는 로버트 랭을 찾아가요. 그는 NASA의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종이접기 매력에 빠져 종이접기 전문가가 됐어요. 이들은 72개 조각으로 구성된 5m 크기의 렌즈를 작은 원기둥 모양으로 깔끔하게 접는 데 성공했어요. 목표는 100m 지름의 렌즈를 3m 원기둥 모양으로 접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에는 NASA의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목표를 이루지 못했대요.

이후 2013년 NASA는 종이접기 방식을 활용해 25m 지름의 태양전지판을 2.7m 크기로 접는 데 성공합니다. 이때 로버트 랭이 개발한 종이접기 설계 소프트웨어인 '트리메이커'가 사용됐어요. 종이접기를 수학 알고리즘으로 바꿔 실제 종이가 아닌 컴퓨터로 종이접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종이접기가 활용될 분야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해요. 특히 우주정거장, 우주 기지 건설, 화성 유인 탐사 등 미래 우주 과제에 많이 쓰일 거예요. 조금이라도 더 크기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