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다수 의견 늘 공정하지는 못해… 절반 못미치는 지지 받고도 당선될 수 있어요
다수결의 원칙
예를 들어 선거 후보자가 A·B·C 세 명이고 유권자는 27명이라고 가정해 봐요. A는 11표, B는 10표, C는 6표를 얻었어요. 그렇다면 A가 대통령으로 당선돼요. 하지만 이를 반드시 유권자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전체의 59.3%인 16명의 유권자가 A를 원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다수결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결선투표제'가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첫 번째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을 때, 가장 많이 표를 받은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해요. 예컨대 앞에서 예를 든 경우라면 A와 B 후보 두 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한 번 더 하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A 후보가 아닌 B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죠.
18세기 프랑스의 장교이자 수학자였던 보르다도 '다수결이 반드시 공정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후보자가 두 명일 때는 다수결이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투표 방법이지만, 세 명 이상일 경우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른바 '보르다 투표법'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어요.
투표장에서 한 명의 후보에게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후보에 대한 선호 순위를 매긴 뒤 이를 합산해 점수가 가장 높은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죠. 예컨대 1위는 3점, 2위는 2점, 3위는 1점을 부여해서 각 후보가 몇 점을 얻었는지 계산하는 거예요. 이 방식으로 선거를 하면 한 명에게만 투표했을 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제도 역시 단점이 있어요. 가장 많은 사람이 1위로 뽑았어도 3위 표 역시 많아 순위의 편차가 크다면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점이죠. 예컨대 총 10명의 유권자 중 A 후보를 1위로 뽑은 유권자가 4명(12점), 3위로 뽑은 유권자가 6명(6점)이라면 A 후보는 18점을 얻게 돼요. 하지만 유권자 모두가 2위로 B 후보를 뽑으면, B 후보는 단 한 명도 1위로 뽑지 않았는데 20점을 얻게 돼 최종 당선이 되죠. A 후보는 중간 순위의 점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MVP를 뽑을 때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이반 로드리게스보다 1위 표를 많이 받고도 총점 순위에서 지는 바람에 MVP를 양보해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