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56] 비판을 싫어하면 사고 난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비극은 지금도 생생하다. 발사한 지 73초 후 공중에서 터지면서 승무원 7명이 모두 하늘의 불꽃이 되었다. TV를 보던 세계인들은 할 말을 잃었다.
사고 직후 언론은 백악관에 책임을 돌렸다. 레이건 대통령의 의회 국정 연설에 앞서 멋진 쇼를 펼치려고 발사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인은 지극히 사소한 데 있었다.
그 사고에 이용된 보조 로켓은 외부에서 제작되었는데, 그것을 만든 회사가 제작 방식을 바꿨다. 여러 부품을 잇는 부위에 신소재 고무 패킹을 썼다. 그런데 발사 모의 실험 24회 중 7회에 걸쳐 그 접합 부위에서 경고등이 들어왔다. 전부 섭씨 18도 이하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고무가 딱딱해졌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안 실무자가 NASA 대표에게 급히 보고하려 하자 중간 간부들이 “대표님은 지금 굉장히 바쁘시다”면서 면담을 막았다. 그 실무자가 제작 업체에 따지려고 하자 “이미 수없이 검증한 사고 확률은 10만분의 1에 불과한데, 왜 팩트체크를 안 하냐?”면서 “내부에서 해결할 일을 밖으로 까발리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 실무자는 상관과 동료들의 차가운 눈총 속에서 고립되었다. 결국 영하 3도의 유난히도 차가운 날씨에 강행한 챌린저호 발사는 참사로 끝났다.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NASA 중간 간부들의 태도를 보고 “사고 엔진은 언제나 뱃머리나 배꼬리가 아닌 중간쯤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 사고를 처음 조사했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NASA의 조직 문화를 지적했다. ‘설마’라는 집단 사고가 사고 가능성을 얕잡아 보도록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사장이 바뀌면, 나라와 회사가 달라진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중간 간부와 구성원들이 집단 사고에 빠져 있는 한,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남이냐”는 집단 사고는 사고(事故)를 부를 뿐이다. 1986년 1월 28일 챌린저호가 하늘로 힘차게 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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